무량의경(無量義經)

덕행품 제일

이와 같이 저는 들었사오니,

한 때에 부처님께옵서 왕사성 기사굴산 중에 계시어 큰 비구의 많은 이, 만 이천 사람과 더불어 함께 하셨으며, 보살마하살의 팔만 사람과, 하늘과 용과 야차와 건달바와 아수라와 가루라와 긴나라와 마후라가와, 모든 비구 비구니와 그리고 또 우바새 우바이도 함께 하셨으며, 큰 전륜왕과 작은 전륜왕과 금륜과 은륜과 모든 윤의 왕과, 국왕과 왕자와 나라의 신하와 나라의 백성과 나라의 선비와 나라의 여자와 나라의 큰 장자가, 각각 권속 백천만의 수에게 더불어 이에 스스로 에워 둘러싸여 와서, 부처님의 거처에 나아가서 머리와 얼굴로 발에 절하고, 백천번을 둘러서 돌며, 향을 피우고 꽃을 흩으며 가지가지로 공양을 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물러나서 한 쪽에 앉았소이다.

그 보살의 이름은 가로되,

문수사리법왕자이시며 대위덕장법왕자이시며

무우장법왕자이시며 대변장법왕자이시며

미륵보살이시며 도수보살이시며

약왕보살이시며 약상보살이시며

화당보살이시며 화광당보살이시며

다라니자재왕보살이시며 관세음보살이시며

대세지보살이시며 상정진보살이시며

보인수보살이시며 보적보살이시며

보장보살이시며 월삼계보살이시며

비마발라보살이시며 향상보살이시며

대향상보살이시며 사자후왕보살이시며

사자유희세보살이시며 사자분신보살이시며

사자정진보살이시며 용예력보살이시며

사자위맹복보살이시며 장엄보살이시며

대장엄보살이신

이와 같은 이들의 보살마하살 팔만 사람께서 함께 하시나니, 이 모든 보살께서는 모두 바로 법신대사가 아님이 없음이라, 계와 정과 지혜와 해탈과 풀리어 벗어나는 지견을 성취하신 바이며, 그 마음이 선을 하여 고요하시고, 항상 삼매에 계시어 태평하신 모양으로 편안하시어 고요하시고 마음 한결같으시며, 함이 없고 욕심이 없으시며, 뒤집히어 거꾸로 되는 어지러운 생각이 다시 들어옴을 얻지 않으시며, 조용하고도 고요하며 청렴하고도 맑으시며, 뜻이 현묘하여 비고 아득한 것을 지키시되, 억백천겁을 두고 움직이지 아니하시며, 헤아릴 수 없는 법문이 다 앞에 나타나 있으시며, 크게 사리에 밝은 지혜를 얻으시어 모든 법을 통달하시고, 성품과 형상과 진실한 것을 밝게 깨달아 분별하시되, 있고 없는 것과 길고 짧은 것을 밝게 나타내시고 분명하게 나타내시며, 또 모든 근기와 성품과 하고자 하는 것을 능히 잘 아시며, 다라니와 걸림 없이 말 잘하는 재주로써 모든 부처님께옵서 법의 바퀴를 굴리심을 따르고 좇으며 능히 굴리시나니, 작은 물방울을 먼저 떨어뜨리어 욕심의 미진을 빠지게 하시며, 열반의 문을 열고서 해탈의 바람을 부채질하여 세상 번뇌의 뜨거움을 없애시고 맑고 서늘한 법에 이르도록 하시오며, 다음에는 심히 깊은 열두 가지의 인연을 내리시어, 밝음이 없는 것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 들의, 맹렬히 성하여 불이 활활 타오르는 햇빛의 괴로움의 무더기를 깨끗하게 하여 쓰심이라. 그리하여 이에 위없는 대승의 큰물을 쏟아서 중생에게 있는 모든 착한 근본을 윤택하게 적시어, 좋은 종자를 공덕의 밭에 두루 뿌려서, 널리 일체로 하여금 깨달음의 싹이 트게 하시나이다.

해와 달의 사리에 밝은 지혜와 시절의 방편으로 대승의 사업을 북돋아 나뭇잎이 우거지듯이 더욱 자라나게 하여, 많은 이로 하여금 빨리 위없이 높고 바르며 크고도 넓으며 평등한 깨달음 을 이루게 하시어 항상 쾌락에 머무르게 하시며, 미묘하고도 진실하며 헤아릴 수 없이 크게 슬피 여기시어 괴로워하는 중생을 구원하시나이다.

이는 모든 중생의 진실한 선지식이시며, 이는 모든 중생의 크고도 좋은 복밭이시며, 이는 모든 중생의 청하지 않은 스승이시며, 이는 모든 중생의 안온하고도 즐거운 곳이며, 구원하는 곳이며, 두호하는 곳이며, 크게 의지하여 머물 곳이며, 곳곳마다 중생을 위하여 크게 인도하시는 스승이 되시어 능히 눈멀게 나는 것을 위하여 이에 안목이 되시고, 귀먹고 코 베이고 벙어리가 된 자에게는 귀·코·혀가 되시며, 모든 뿌리가 헐고 부족하면 능히 하여금 흡족히 갖추게 하시며, 뒤바뀌어 미치광이처럼 거칠고 어지러우면 크게 바른 생각을 짓게 하시나니, 배의 어른이시며, 큰 배의 어른이시라, 뭇 생명을 싣고 운전하여 나고 죽음의 큰 강을 건너 열반의 언덕에 두시나이다.

의왕이시며, 큰 의왕이시니, 병의 형상을 분별하시고 약의 성품을 밝게 깨달아서 병에 따라 약을 주시어, 많은 이로 하여금 즐거이 먹게 하시고, 부드럽게 거느리심이며, 크게 부드럽게 길들이심이라, 모든 것에 방일한 행이 없으시니, 오히려 코끼리나 말의 스승이 능히 부드럽게 하니 부드럽지 않음이 없는 것과, 사자의 용맹이 많은 짐승들을 위엄있게 굴복시키나니 가히 무너지거나 무너뜨리기 어려운 것과 같으나이다. 보살의 모든 바라밀에 즐겁게 노시고, 여래의 지위에서 굳고 단단하여 움직이지 아니하시며, 원력에 편안히 머물러서 널리 부처님 나라를 깨끗하게 하시어, 오래지 아니하여서 위없이 높고 바르며 크고도 넓으며 평등한 깨달음 이룸을 얻으시리이다.

이 모든 보살마하살께서 모두 이와 같은 생각으로 논의하지 못할 덕이 있나이다.

그 비구의 이름은 가로되,

큰 지혜의 사리불이시며 신통의 목건련이시며

혜명 수보리이시며 마하가전연이시며

미다라니의 아들 부루나이시며 아야교진여 들이시며,

하늘눈의 아나율이시며 율을 가진 우바리이시며

시자의 아난이시며 부처님 아들인 라운이시며,

우바난타이시며 이바다이시며

겁빈나이시며 박구라이시며

아주타이시며 사가타이시며

두타의 대가섭이시며 우루빈나가섭이시며

가야가섭이시며 나제가섭이시니,

이와 같은 이들의 비구 일만 이천 사람께서는 모두 아라한이시라, 모든 매듭진 것과 새는 것은 다하여, 다시 얽히고 착을 하는 것이 없는 진실하고 바른 해탈이셨소이다.

이 때에 대장엄보살마하살께서 자리의 대중이 각각 뜻을 정한 것을 두루 관하기를 마치시고, 많은 이 가운데에서 팔만의 보살마하살과 더불어 함께 자리로부터 이에 일어나시어, 나와서 부처님의 거처에 나아가시어 머리와 얼굴로 발에 절하시고, 백천번을 둘러서 돌며 하늘의 꽃을 흩으시고 하늘의 향을 피우시며, 하늘의 옷과 하늘의 영락이며, 값으로 따질 수 없는 하늘의 보배가 하늘 가운데로부터 빙빙 돌며 내려와서, 사면에 구름같이 모이게 하시어 이에 부처님께 드리며, 하늘의 함과 하늘의 발우그릇에다 하늘의 백 가지 맛나는 것을 가득히 차게 하여 남아서 넘치게 하시니, 빛을 보고 향기를 맡으면 자연히 배부르고 흡족하더이다. 하늘의 당과 하늘의 번과 하늘의 헌개와 하늘의 묘한 풍류를 갖추어서 곳곳에 자리 잡아두시고, 하늘의 재주와 음악을 지어 부처님을 기쁘고 즐겁게 하시며, 곧 앞에서 무릎을 꿇어 땅에 대고 몸은 곧게 세워서 합장하시고, 한마음으로 함께 한가지 같은 소리로 게송으로 찬탄의 말씀을 설하오되,

크고도 크게 깨달으시고 크게 거룩하옵신 주인이시여,

더러움도 없으시고 물들음도 없으시며

착을 하시는 바도 없음이시라. 하늘과 사람과

코끼리와 말을 부드럽게 길들이시는 스승이시며,

도의 바람과 덕의 향기는 일체를 훈훈히 취하게 하시며,

지혜는 고요하시고 정은 편안하시며,

생각은 엉기어 조용하시며, 뜻은 멸하시고 식이 없어져

마음 또한 고요하시니, 꿈과 허망한 의사와

생각과 염하는 것이 영원히 끊어지시어

다시는 모든 사대·오음·십팔계·십이입이 없으시니,

그 몸은 있는 것도 아니요, 또한 없는 것도 아니시며,

인도 아니요, 연도 아니시며, 자기도 다른 이도 아니시며,

모나지도 않으시고 둥글지도 않으시며

짧고 길지도 않으시며, 나오지도 아니하시고

숨지도 아니하시며, 나고 멸하지도 아니하시고,

만드는 것도 아니시며 일어나는 것도 아니시고

짓게 되는 것도 아니시고, 앉는 것도 아니시며

눕는 것도 아니시며, 다니거나 머무는 것도 아니시며,

움직이는 것도 아니시며 구르는 것도 아니시며,

한가하거나 조용한 것도 아니시며,

나아가는 것도 아니시며 물러나는 것도 아니시며,

편안하거나 위험한 것도 아니시며,

옳은 것도 아니시며 그른 것도 아니시며,

얻거나 잃는 것도 아니시고, 저것도 아니시며

이것도 아니시고, 가거나 오는 것도 아니시고,

푸르지도 않으시고 누렇지도 않으시며,

빨갛거나 흰 것도 아니시며, 붉은 것도 아니시고

자줏빛이나 가지가지의 색깔도 아니시며,

계와 정과 지혜와 풀리는 것과 지견에서 나시며,

삼매와 육신통과 도품에서 일어나시며,

사랑하시고 슬피 여기시는 것과 열 가지 힘과

두려움이 없으신 것이 일어나시며,

중생의 착한 업의 인연에서 나오시며,

장육은 자마금으로 빛남을 보이게 되시고,

바야흐로 가지런하고 밝게 비치시며,

심히 사무치게 밝으시며, 털 형상은 도는 달이시고,

목덜미는 햇빛이시며, 감청의 머리털은

빙빙 돌려 말려지시고 정수리는 살상투이시고,

깨끗하신 눈은 밝게 비치시며 위와 아래로 눈짓을 하시며,

눈썹과 속눈썹은 보랏빛으로 널리 펴졌으며,

입과 뺨은 단정하게 바르시며, 입술과 혀는 붉고 좋기가

빨간 꽃과 같으시며, 하얀 치아는 사십 개이시며

오히려 흰 마노와 눈이시며, 이마는 넓으시고

코는 기시며, 얼굴의 문은 열려 있으시고,

가슴에는 만(卍)자를 표하시어 사자의 가슴이시며,

손발은 부드럽고 연하시어 천 바퀴살의 줄친 것을 갖추시고,

겨드랑과 손바닥은 화합하게 골 없이 완만하시며

안팎으로 움켜지시며, 팔은 기시고

팔꿈치는 크시며, 손가락은 곧고 가느시며,

피부는 고우시고 부드러우시며, 털은 오른쪽으로 말려지셨으며,

복사뼈와 무릎은 드러나지 아니하시며,

음기는 말같이 감추어지셨으며, 힘줄은 가느시고

뼈는 굳건하시며, 어깨는 사슴같이 불룩하시고,

겉과 속이 사무치게 비치시며 때 없이 깨끗하시어,

맑은 물이 물듦이 없으시고 미진도 받지를 않으시나니,

이와 같은 것들의 형상 서른둘이요,

여든 가지 좋은 것이 가히 보는 것과 같으시나니,

이에 실상은 형상이 없사오며, 형상은 색이 아니시며,

일체의 형상이 있는 것과 눈의 마주 보는 것이

끊어진 것이오니, 형상이 없는 형상으로

형상이 있는 몸이시며, 중생의 몸 형상의 모습도

또한 그러하오니,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기쁘고 즐겁게 하시어 절을 하게 하시고,

마음을 던져서 공경히 표하고 정성껏 친절하게 하시나니,

이는 스스로 높다는 아만을 버리기를 인한 것이오니,

이와 같은 묘한 색의 몸을 성취하셨사오니,

저희들 팔만의 무리 많은 이는 함께 한가지로 머리를 조아려서

다 목숨을 던지나이다. 의사와 생각하는 것과

마음과 뜻과 앎을 잘 멸하심은 코끼리나 말을

부드럽게 길들이심이며, 착이 없으신 거룩하신 분께,

머리를 조아려 법색의 몸에 계와 정과 지혜와

풀리는 것과 지견을 쌓으심에 돌아가 의지하나이다.

머리를 조아려 묘하신 가지가지 형상에

돌아가 의지하나이다. 머리를 조아려

생각으로 논의하기 어려움에 돌아가 의지하나이다.

깨끗하신 소리는 천둥이 진동하는 것과 같이

여덟 가지로 소리 마주치시며, 미묘하시고도 맑으시고

깨끗하시며 심히 깊으시고 머시어,

사제와 육바라밀과 십이인연으로써

중생의 마음 업에 따르시고 좇으시어 굴리시나니,

들음이 있으면 마음과 뜻이 열리지 않음이 없으며,

헤아릴 수 없이 나고 죽음의 많이 매듭지어진 것을 끊음이라.

들음이 있으면 혹은 수다원과 사다와 아나와

아라한과, 새는 것이 없고 함이 없는 연각의 곳과,

남이 없고 멸이 없는 보살지를 얻으며,

혹은 헤아릴 수 없는 다라니와 걸림 없이 하고자 하는 말의

크게 말 잘하는 재주를 얻어, 심히 깊고 미묘한 게송으로

설명하여 말하고 즐겁게 놀며, 법의 맑은 개천에

씻어서 목욕하며, 혹은 뛰고 날고 날아오르며

신족을 나타내며 물과 불에 숨었다가 나오되

몸이 자유하나니, 이것은 법륜의 형상과 같으며,

이와 같이 맑고 깨끗하고 가이 없어서

생각으로 논의하기 어려움이라, 저희들은 다 다시 함께

머리를 조아려서 법륜을 굴리실 때에 돌아가 의지하나이다.

머리를 조아려서 깨끗하신 음성에 돌아가 의지하나이다.

머리를 조아려서 십이인연과 사제법과 육바라밀에

돌아가 의지하나이다. 세존께옵서는 지나간 옛적에

헤아릴 수 없는 겁에 괴롭게 은근히 많은 덕 되는 행을

닦으시고 익히시어, 저희의 사람과 하늘과 용과

신과 왕을 위하시며, 널리 일체 모든 중생에게

미치도록 하시나니, 능히 버리기 어려운

일체의 모든 재물과 보배와 처와 자식과 그리고 또

나라와 성을 버리시고, 법의 안과 밖의 것을

아끼신 바가 없으시며, 머리와 눈과 골수와 뇌를 다

사람에게 베푸셨나이다. 모든 부처님의 맑으시고

깨끗하신 계를 받들어 가지시되,

이에 목숨을 잃음에 이를지라도 헐거나

상하게 하지 아니하시며, 만약 사람이

칼과 몽둥이를 가지고 와서 침노하고 해치며

악한 입으로 꾸짖고 욕을 할지라도

끝내 성내지 아니하시며, 겁이 지나도록

몸이 꺾어질지라도 게으르거나 느리지 아니하셨으며,

밤낮으로 마음을 거두시어 항상 선에 계시며

두루 일체의 많은 도법을 배우셨으며,

사리에 밝으신 지혜는 깊이 중생의 근기에 드심이라.

이러한 까닭으로 지금 자재하신 힘을 얻으셔서

법에 자재하시어 법왕이 되셨나니,

저희는 다시 다 한가지로 함께 머리를 조아려서,

모든 어려움을 능히 은근히 하심과

간절히 정성을 다하심에 돌아가 의지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