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경 제 2장 4품
- 유녀(遊女) 암바팔리와 리차비 족 사람들
그리고 당시 베살리 마을에는 암바팔리라는 유명한 유녀가 살고 있었다. 유녀(遊女) 암바팔리는 “세존께서 이 베살리에 도착하시어 자신의 망고 동산에 머물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하여 서둘러 그녀는 화려하게 장식한 소가 끄는 수레를 몇 대를 거느리고,자신도 그 가운데 한 대를 타고 베살리를 출발하여, 자신의 망고 동산으로 갔다. 그리고 수레가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르러서는 수레에서 내려 세존의 처소까지 걸어갔다.
세존의 옆에 다다른 유녀 암바팔리는 세존께 인사드리고 한쪽에 앉았다.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가르침을 그녀에게 설하시어 믿어지니게 하시고, 그녀를 격려하시고 기뻐게 하셨다.
그렇게 세존께서 설하시니 기쁨에 넘친 유녀 암바팔리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내일은 여러 비구들과 함께 부디 저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그의 청을 세존께서는 침묵으로 수락하셨다. 세존이 수락하셨음을 안 유녀 암바팔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인사드리고,오른쪽으로 도는 예를 표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한편 같은 무렵 베살리의 명문 리차비 족 사람들도 “세존께서 베살리에 도착하시어 암바팔리 망고 동산에 머물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자 리차비 족 사람들은 서둘러 화려하게 장식한 소가 이끄는 수레 몇 대를 거느리고, 사람마다 그 가운데 한 대씩을 나누어 타고 베살리를 출발하였다. 어떤 이들은 푸른 복장, 푸른 옷과 푸른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고, 어떤 이는 노란 복장, 노란 옷과 노란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였으며, 또 어떤 이는 빨간 복장, 빨간 옷과 빨간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였을 뿐만 아니라 어떤 이는 하얀 복장, 하얀 옷과 하얀 장신구로 몸을 치장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하여 마을을 출발한 리차비 족 사람들의 수레는, 마을로 돌아오는 유녀 암바팔리의 마차와 뜻하지 않게 도중에서 부딪치게 되었다. 그때 유녀 암바팔리의 수레는 수레축과 바퀴, 멍에로 각각 리차비 족 사람들의 수레를 뒤엎어 버리게 되었다. 그러자 화가 난 리차비 족 사람들은 유녀 암바팔리를 질책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암바팔리여! 그대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우리의 수레를, 수레축과 수레바퀴, 멍에로 모두 엎어 버렸는가?”
“아니 어르신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실은 내일, 세존을 비구들과 함께 공양에 초대하게 되었기에 너무 서두른 탓이옵니다.”
“뭐라고? 세존을 초대했기 때문이라고? 그럼 암바팔리! 그 권리를 십만금(十万金)으로 우리들에게 양도하지 않겠소?”
“아니옵니다, 어르신! 설령 이 풍요로운 베살리 마을 전부를 준다고 해도 그것만은 양도할 수 없사옵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유녀 암바팔리에게 거절당한 리차비 족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말하였다.
“여러분! 참으로 유감스럽도다. 우리들은 이 여자에게 지고 말았다. 우리들은 이 여자에게 선수를 빼앗겨 버린 것이오.”
이렇게 유녀에게 선수를 빼앗긴 리차비 족 사람들은 이윽고 세존이 계시는 암바팔리의 망고 동산에 도착하였다.
리차비 족 사람들이 오는 것을 멀리에서 보신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너희들 가운데 아직 도리천의 신들을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저기 오고 있는 리차비 족 일행을 잘 보고 관찰함이 좋으리라. 그리하여 그들의 모습에서 도리천의 신들을 상상함이 좋으리라.”
리차비 족 사람들은 수레가 더 나아갈 수 없는 곳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세존의 처소까지 걸어왔다. 그리고 세존께 인사드린 다음 한쪽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그들이 자리에 앉았을 때,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가르침으로써 그들에게 설하여 믿어 지니게 하고, 그들을 격려하시며 기뻐하게 했다.
이렇게 세존께서 법을 설하시니, 믿고 지니고 격려받고 기뻐한 리차비 족 사람들은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내일은 비구들과 함께 부디 저희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리차비 족 여러분! 여러분의 마음은 고맙지만, 내일은 암바팔리의 공양을 받기로 되어 있으니 여러분의 청을 받아 들일 수 없군요.”
세존의 이러한 대답에 리차비 족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면서 말하였다.
“여러분! 참으로 유감스럽소. 역시 우리들은 그 여자에게 지고 만 것이오. 우리들은 역시 그 여자에게 선수를 빼앗겨 버린 것이요.”
청을 거절당한 리차비 족 사람들은 그러나 세존의 가르침에 대단히 기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께 작별 인사를 드리고, 오른쪽으로 돌아 예를 표하고서 세존의 거처를 떠났다.
다시 이리하여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유녀 암바팔리는 자신의 정원에 딱딱하고 부드러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사람을 보내어 세존께 알리게 했다.
“때가 되었사옵니다, 세존이시여! 공양 준비도 완료되었사옵니다”라고.
그러자 세존께서는 점심때가 되기 전에 가사를 입으시고, 발우를 손에 드시고,비구들과 함께 유녀 암바팔리의 집으로 향하셨다. 그리고 도착하시어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유녀 암바팔리는 부처님을 상수로 한 비구들에게 딱딱하고 부드러운 갖가지 음식을 손수 올려, 모두를 만족하게 했다.
이렇게 하여 공양을 끝내고 세존께서 발우에서 손을 떼시니, 유녀 암바팔리는 아래쪽에 자리를 마련하고 한쪽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유녀 암바팔리는 세존께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정원을 부처님을 상수로 하는 비구들에게 기진(기증)하겠사옵니다. 부디 수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는 이 청을 수락하셨다. 여기에서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 가르침으로 유녀 암바팔리에게 설하시어 믿어 지니게 하시고, 그녀를 격려하시고 기뻐하게 하셨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시어 암바팔리의 거처를 떠나셨다.
이렇게 베살리에 머무시는 동안에도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여러 가지 가르침을 설하셨던 것이다.
즉 “이것이 계율이니라. 이것이 정신통일이다. 이것이 지혜이니라. 또한 계율을 두루 닦은 정신통일에는 큰 공덕과 이익됨이 있고, 정신통일을 두루 닦은 지혜에도 큰 공덕과 이익됨이 있나니, 이렇게 지혜를 두루 닦은 마음은 애욕, 생존, 견해, 근본무지 등의 번뇌로부터 바르게 해탈할 수 있는 것이니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