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42
보는 것이 밝다고 하여도 앞만 밝고 뒤는 밝지 못하여 사유(四維)에
하나 반이 부족하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코로 숨 쉬는 것은 들고 남에 통하기는 하지만 교차하는 순간에는
들고 남이 없어 연속하지 못하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혀는 맛과 통하면 느낌이 생기나 맛이 없으면 느끼지 못하니
어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몸은 감촉으로 깨닫지만 보지 못하니
몸과 감촉의 한계가 있어 서로 통하지 못하니 어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지근(知根)은 어지러운 생각이 섞이어 밝은 지혜를 보지 못하니
허망을 벗어나지 못하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보는 의식은 세 가지 조화가 섞여 있으니 근본은 실상이 아니며
결정됨이 없으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마음으로 들음이 시방세계에 통하는 것은 인연으로 생긴 것이니
초심자로는 들어갈 수 없으니 어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코에 생각을 두라 함은 본래가 방편이므로 마음에 붙여서 머물게 함이니
머무는 것은 마음이 머무는것이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법을 설하여 말과 글로 희롱함은 깨달아 앎을 먼저 이룬 것이니
말과 글귀는 본근이 없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계율을 지킴은 몸만을 단속하는 것이니 몸이 아니면 단속할 것이 없으며
원래가 일체에 두루하지 아니한 것이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신통은 본래 무상의 인연이니 법분별(法分別)과 무슨관계가 있으오리까?
생각과 인연은 대상을 여읜 것이 아니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만약, 땅을 보면 굳게 막혀 통함이 없어 작위(作爲)하면 본래의 성품이
아니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물은 상념(想念)의 진실이 아니며 느끼고 보는 것이 아니니 어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불은 존재의 바탕을 여읜 것이 아니니 초심자에게 맞는 방편이 아니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바람은 움직이고 고요함이 상대가 없지 않으니 상대가 있음은 위없는
깨달음이 아니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허공 혼둔(昏鈍)하여 깨달음의 대상이 아니니 깨달음이 없는 것은 보리와
다르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의식은 항상 머물지 아니하며 허망이니 어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행동은 항상, 같지 않으며 생각은 본래 나고 죽는 것이니 인과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니 어떻게 원통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지금 세존께 아뢰옵니다.
부처님께서 사바세계에 오시어 진실한 가르침의 실체는 청정한 소리를
듣는데 있는 듯하오니 삼마지를 취하고자 하면 듣는 것으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게 하심입니다.
훌륭하여라! 관세음이여!
항하사 처럼 수없이 오랜 겁 동안 작은 티끌처럼 많은 불국에 들어가서
자재하는 신통력을 얻어 두려움 없음을 중생에게 베푸니 오묘한 소리의
관세음, 범음(梵音), 해조음(海潮音)으로 세상을 구제하여 편안케 하며
세상을 벗어나지 않는 항상 머무름을 얻게 한 것이다.
제가 지금 여래께 아뢰옵나니 관음께서 말씀한 것과 같아,
비유하면 사람들이 조용히 쉬고 있을 때, 시방에서 한꺼번에 북을 치면
열곳의 소리를 일시에 듣는 것과 같으니 곧 원만한 진실인가 하나이다.
눈은 담장 밖의 것을 보지 못하며 입과 코도 역시 마찬가지 이며,
몸은 접촉해야 느낌이 있으며, 마음과 생각은 분잡하여 두서가 없으며,
담장이 가리어도 듣는 것은 멀거나 가깝거나 다 들을 수 있으니
오감(五感)이 일체를 포용하지 못하니 이것이 원통의 진실인가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