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17
아난아! 너의 말같이 ‘귀와 소리가 인연이 되어 귀로 들어 아는 것이 생긴다’고
하나, 그 의식은 귀에서 생긴 것이므로 귀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소리에서 생긴 것이므로 소리를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아난아!
만약 귀에서 생긴 것이라면, 움직이고, 고요한 두 현상이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귀가 알지 못할 것이며, 아는 것이 없다면,무엇을 안다고 하겠느냐?
만약, 귀로 듣는 것을 가지면 움직이고 고요함이 없으므로, 어떻게 귀의 감촉을
인식의 경계라 하겠느냐? 귀의 경계를 어디라 하겠느냐?
만약, 소리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귀가 아는 것은 소리로 인한 것이므로, 듣는
것과는 관련이 없을 것이니, 듣는 자체가 없다면 소리의 소재가 없을 것이다.
인식하는 것이 소리를 좇아 생기고 소리는 듣는 것으로 인하여 소리의 모양이
생긴다고 한다면, 들을 때는 인식하는 것을 들어야 하며, 듣지 못한다면 귀가 아는
경계가 아니리라.
듣는 것은 소리와 같아 의식이 들음을 받았으니, 무엇을 듣는 것인 줄 알겠느냐?
만약, 앎이 없다면, 풀이나 나무와 같을 것이니라.
소리와 듣는 것이 섞여 중간의 경계를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며, 귀가 아는
경계가 중간 위치가 없으면, 안과 밖의 모양이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 하겠느냐?
당연히 알아야 한다.
귀와 소리가 인연이 되어 귀가 아는 경계가 생긴다고 하는 세 가지는 모두 없는
것이므로, 귀와 소리 그리고 소리의 경계, 이 세 가지는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
아난아! 네가 말한 것과 같이 ‘코와 향기가 인연이 되어 코의 인식이 생긴다’고
하는데 그 의식은 코로 인하여 생긴 것이므로 코로 경계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향기로 인하여 생긴 것이므로 향기로 경계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아난아!
만약, 코로 인해 생긴 것이라면, 네 마음 속에 무엇을 코라고 하겠느냐?
살로 된 한 쌍의 오이 모양이라고 생각하느냐? 냄새를 맡아 아는 움직이는
성품이라고 생각하느냐?
만약, 살로된 모양이라고 생각한다면, 살로 된 바탕은 곧 몸이요, 몸이
느끼는 것은 곧 감촉이니, 몸이라고 하면 코는 아니며, 감촉이라고 하면,
곧 감촉이 대상이다. 코라고 이름할수 없거니, 어떻게 경계를 이루겠느냐?
만약, 냄새를 맡아 아는 것이라고 한다면, 네 마음 속에 무엇으로 안다고
생각하느냐? 살이 안다고 한다면, 살이 아는 것은 감촉이니, 코가 아니며
허공이 안다고 한다면, 허공은 스스로 아는 것이라 살은 깨닫지 못할 것이니,
그렇다면, 허공이 곧 너이고, 네 몸은 알지 못할 것이니,
아난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향기가 안다고 한다면, 아는 것이 향기니, 너와 무슨 관련이 있겠느냐?
만약, 향기와 냄새가 네 코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향기와 냄새가 이란(伊蘭)
이나 전단향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니라. 두 가지 물질이 없을 때, 네가 네
코를 맡아 보아라. 무슨 냄새가 나느냐?
냄새는 향기가 아니며, 향기는 냄새가 아니리라.
만약, 향기와 냄새, 두 가지를 다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한 사람이 두 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나에게 물을 때도 두 아난이 있어야 하리니, 어느 것이 너의 몸이더냐?
만약, 코가 하나라면, 향기와 냄새 두 가지가 아니라, 냄새가 향기이며,
향기가 냄새가 되어, 두 성분이 있지 아니하리니, 경계가 어디에서 왔느냐?
만약, 향기에서 생긴다면, 인식은 향기에 있는 것이니, 마치 눈이 다른
것은 보면서도 눈은 보지 못하는 것과 같아, 향기를 알지 못하리니,
안다면 향기에서 생긴 것이 아니고, 알지 못한다면 코가 아는 것이 아니니라.
향기가 앎에 있는 것이 아니며, 향기의 경계도 없으며, 아는 것이 향기를
느끼지 못하면 인식하는 경계가 향기로 해서 이루어짐이 아니리라.
중간이 없으면 안팎이 없으니, 냄새의 성품이 허망이니라.
당연히 알아야 한다.
코와 향기가 인연이 되어 코가 아는 경계가 생긴다고 하는 세 가지는
모두 없는 것이니, 코와 향기 그리고 향기의 경계, 세 가지는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