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15/64

능엄경…15

아난아!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피곤하면 잠자고, 실컷 자고는 깨어나,
대상을 보면 기억하며, 기억이 사라지면 잊어버리는 것이 곧, 생겨나고,
머무르고, 변하고, 없어지는 것이니, 습관을 받아 들여 그 가운데로 돌아가되,
서로 뛰어넘지 아니함을 ‘생각으로 인식하는 근원’이라고 하나니, 생각과
피로는 모두 보리로, 한곳을 주시하다가 피로해져 생긴 현상이니라.
생기고 없어지는 두 가지 허망으로 인하여 모여진 앎이 중간에 있으면서
내진(內塵)을 받아들여 보고, 들음이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흐름이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거꾸로 흐름을 ‘알아 깨닫는 성품’이라고 하니, 앎이 생기고,
없어지는 것과 깨고, 잠자는 두 가지 허망을 벗어나면 그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아난아! 당연히 알아야 한다.
알아 깨닫는 성품은 생기거나, 없어지는데서 오는 것이 아니며, 깨거나 잠자는
것에서 오는 것도 아니며, 몸에서 생기는 것도 아니며, 허공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니라.
왜냐 하면, 만약, 생기는 것에서 온 것이라면, 없어지면 따라서 없어져야 하리니,
누구로 하여 없어짐을 알게 하며, 만약, 없어지는 것에서 온 것이라면, 생기면
없어져야 하리니, 어떻게 생기는 것을 알겠느냐?
깨고, 잠자고 하는 두가지 형상도 그러하다.
만약, 생각에서 생긴 것이라면, 반드시 생기고, 없어지고, 깨고, 잠자는 것이
없으면 본래 자성이 없으며,
만약, 허공에서 나온 것이라면, 지각이 있으면 자성을 이룰 것이니, 허공도 아닐
것이며, 허공이 스스로 지각하는 것이니, 너의 입(入)과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그러므로, 당연히 알아야 한다. 뜻을 생각하여 인식하는 것[意入]은 허망한
것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
다시 아난아! 어찌하여 십이처(十二處)가 본래 여래장의 오묘한 진여(眞如)의
성품이라고 하느냐?
아난아! 네가 다시 기타림 숲과 모든 샘물과 못들을 보아라. 네 생각은
어떠하냐? 이런 것들은 물질의 모양이 눈으로 보는 작용을 생기게 한다고
여기느냐? 눈이 물질의 모양을 생겨나게 한다고 여기느냐?
아난아! 만약, 눈에서 물질의 모양을 생기게 하는 것이라면, 허공을 볼 때는
물질의 모양이 아니니, 물질의 성품이 사라질 것이다. 물질의 성품이 사라지면
나타나는 모든 것이 없어지니라. 물질의 모양이 없어지면 누가 허공의
본질(本質)을 밝히겠느냐? 허공 역시, 그러하니라.
만약, 물질이 눈으로 보는 것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허공을 볼 때는 물질의
모양이 아니므로, 눈으로 보는 것이 곧 사라져 버리리니, 사라져 없어지면
모두가 없어질 것이니, 무엇이 허공이며, 무엇이 물질이냐?
아난아!
너는 다시 기타원에서 밥이 마련되면 북을 치고 대중을 모을 때는 종을 쳐서
북과 종소리가 앞뒤로 서로 연속됨을 들어 보아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런 것들은 소리가 귀로 온다고 생각되느냐? 귀가 소리 있는 곳으로 간다고
생각되느냐?
아난아!
만약, 소리가 귀에서 오는 것이라면, 내가 시라벌성에서 걸식을 할 때,
기타림에는 내가 없는 것처럼, 소리가 아난의 귀에 온 것이라면, 목련과
가섭은 함께 듣지 못해야 할 것이니, 어찌 천이백오십명의 사문들이
한꺼번에 종소리를 듣고, 밥 먹는 곳으로 모이느냐?
만약, 네 귀가 소리나는 곳으로 간다면, 내가 기타림에 왔을 때는 시라벌성에는
내가 없는 것과 같으니, 네가 북소리를 들을 때는 귀가 이미 북치는 곳으로
갔으면 종소리가 나더라도 듣지 못할 것이며, 더구나, 코끼리, 말, 소, 염소등
갖가지 소리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느냐?
그러므로, 당연히 알아야 한다.
듣는 것과 소리는 있는 곳이 없으니, 듣는 곳과 소리의 있음은 허망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고,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
아난아!
너는 다시, 향로에서 나는 전단향 냄새를 맡아 보아라.
향을 만약, 한 수(銖)만 태우면, 시라벌성 사십리 안에 동시에 향기를 맡을
것이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향기는 전단향 나무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느냐? 너의 코에서 생겼다고
생각하느냐? 허공에서 난다고 생각하느냐?
아난아! 향기가 너의 코에서 생긴 것이라서 코에서 나온 것이라면, 당연히
코에서 나와야 할 것이니, 코가 전단이 아니니, 어떻게 코 속에 전단의 향기가
있다고 하겠느냐? 네가 향기를 맡는다고 한다면, 당연히 코로 들어가야 할
것이니라. 코속에서 향기가 나온다면, 냄새를 맡는다는 말은 옳지 못하니라.
만약, 허공에서 생긴 것이라면, 허공의 성품은 항상 같은 것이므로 향기도
항상, 있어야 할 것이니, 어찌하여, 향로에다 향나무를 태워야만 향기가
생기느냐?
만약, 나무에서 생긴 것이라면, 향기의 본질은 태워서 연기가 되었으므로,
코가 냄새를 맡을 때는 연기가 코로 들어가야 할 것이니, 연기가 공중으로
올라가 멀리 퍼지기도 전에 사십리 안에서 어떻게,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느냐?
당연히 알아야 한다.
향기와 코와 냄새를 맡는 것이 있는 곳이 없어서, 냄새 맡는 곳과 향기나는
곳의 두 가지는 허망이며,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
아난아!
네가 매일 두 때씩, 발우를 가지고, 유병(油餠)이나 밀반(蜜飯)을 만나게 되면,
최고의 맛이라고 하나니, 네 생각은 어떠하냐?
그 맛은 허공에서 생기느냐? 음식에서 생기느냐?
아난아!
만약, 맛이 너의 혀에서 나온 것이라면, 너의 입속에는 혀가 하나 뿐이니,
혀는 이미 단 맛이 되었으니, 흑석밀(黑石蜜)을 먹게 되더라도 달라짐이 없어야
할 것이니라.
만약, 달라지지 않는다면, 맛을 안다고 할 수 없으며, 만약, 달라진다면,
혀가 여러 개가 아니니, 어떻게 여러가지 맛을 한 개의 혀로서 알겠느냐?
만약, 음식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음식은 의식이 있는 것이 아니니,
어떻게 스스로를 알겠느냐? 음식이 스스로 안다면, 다른 사람이 먹는 것과
같을 것이니, 너와 무슨 관계가 있어 맛을 안다고 하느냐?
만약, 허공에서 생기는 것이라면, 네가 허공을 씹어보아라. 무슨 맛이냐?
만약, 허공이 짠 맛이라면, 너의 혀를 짜게 하였으니, 네 얼굴도 짜야 할
것이니라.
그렇다면, 이 세계의 사람들은 바다의 고기와 같아서, 늘 짠 것을 받아
왔으므로, 담담함을 알지 못할 것이니라.
만약, 담담함을 알지 못한다면, 짠 것도 느끼지 못하여 아는 것이 없을 것이니
어떻게 맛을 안다고 하겠느냐?
당연히 알아야 한다.
맛과 혀와 맛을 보는 것은 있는 곳이 없어, 맛보는 것과 맛이 허망인 것이어서,
본래 인연도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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