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 24. 頓修 – 단박에 닦음

24. 頓修 – 단박에 닦음

세상 사람이 다 전하기를 ‘남쪽은 혜능이요 북쪽은 신수(南能北秀)’라고 하나 아직 근본 사유를 모르는 말이다.

또 신수(神秀)선사는 형남부 당양현 옥천사(玉泉寺)에 주지하며 수행하고, 혜능대사는 소주성 동쪽 삼십오 리 떨어진 조계산에 머무시니, 법은 한 종(宗)이나 사람에게 남쪽과 북쪽이 있어 이로 말미암아 남쪽과 북쪽이 서게 되었다.

어떤 것을 ‘점(漸)’과 ‘돈(頓)’이라고 하는가?

법은 한가지로되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기 때문이다. 견해가 더딘즉 ‘점(漸)’이요, 견해가 빠른즉 ‘돈(頓)’이다. 법에는 ‘점’과 ‘돈’이 없으나 사람에게는 영리함과 우둔함이 있는 까닭으로 ‘점’과 ‘돈’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일찍이 신수스님은 사람들이 혜능스님의 법이 빠르고 곧게 길을 가리킨다(疾直指路)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신수스님은 드디어 문인 지성(志誠)스님을 불러 말하였다.

“너는 총명하고 지혜가 많으니, 나를 위하여 조계산으로 가라. 가서 혜능스님의 처소에 이르러 예배하고 듣기만 하되, 내가 보내서왔다 하지 말라. 들은대로 그 뜻을 기억하여 돌아와서 나에게 말하여라. 그래서 혜능스님과 나의 견해가 누가 빠르고 더딘지를 보게 하여라. 너는 첫째로 빨리 오너라. 그래서 나로 하여금 괴이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라.”

지성은 기쁘게 분부를 받들어 반달쯤 걸려서 조계산에 도달하였다. 그는 혜능스님을 뵙고 예배하여 법문을 들었으나 온 곳을 말하지 않았다.

지성은 법문을 듣고 그 말끝에 문득 깨달아 곧 본래의 마음에 계합하였다(卽契本心). 그는 일어서서 예배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큰스님이시여, 제자는 옥천사에서 왔습니다. 신수스님 밑에서는 깨치지 못하였으나 큰스님의 법문을 듣고 문득 본래의 마음에 결합하였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자비로써 가르쳐 주시기 바라옵니다.”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거기에서 왔다면 마땅히 염탐꾼이렷다!”

지성이 말하였다.

“말을 하기 이전에는 그렇습니다만, 말씀을 드렸으니 이미 아니옵니다.”

육조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번뇌가 곧 보리임도 또한 이와 같으니라.”

대사께서 지성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들으니 너의 스님이 사람을 가르치기를 오직 계·정·혜(戒定惠)를 전한다고 하는데, 너의 스님이 사람들에게 가르치는 계·정·혜는 어떤 것인가? 마땅히 나를 위해 말해 보라.”

지성이 말하였다.

“신수스님은 계·정·혜를 말하기를 ‘모든 악(惡)을 짓지 않는 것을 계(戒)라고 하고, 모든 선(善)을 받들어 행하는 것을 혜(惠)라고 하며,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것을 정(定)이라고 한다. 이것이 곧 계·정·혜이다’고 합니다. 신수스님의 말씀은 그렇거니와, 큰스님의 의견은 어떠신지 알지 못합니다.

혜능스님께서 대답하셨다.

“그 법문은 불가사의하나 혜능의 소견은 또 다르니라.”

지성이 여쭈었다.

“어떻게 다릅니까?”

혜능스님께서 대답하셨다.

“견해에 더디고 빠름이 있느니라.”

지성이 계·정·혜에 대한 스님의 소견을 청하였다.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나의 말을 듣고서 나의 소견을 보라. 마음의 땅(心地)에 그릇됨이 없는 것(無非)이 자성의 계(戒)요, 마음의 땅에 어지러움이 없는 것(無亂)이 자성의 정(定)이요, 마음의 땅에 어리석음이 없는 것(無癡)이 자성의 혜(惠)이니라.”

혜능대사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계·정·혜는 작은 근기의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요, 나의 계·정·혜는 높은 근기의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다. 자기의 성품을 깨치면 또한 계·정·혜도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이 여쭈었다.

“큰스님께서 세우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뜻은 어떤 것입니까?”

대사께서 말씀하셨다.

“자기의 성품은 그릇됨도 없고, 어지러움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다. 생각 생각마다 지혜로 관조(觀照)하여 항상 법의 모양을 떠났는데, 무엇을 세우겠는가. 자기의 성품을 단박 닦으라(自性頓修). 세우면 점차가 있으니 그러므로 세우지 않느니라.”

지성은 예배하고서 바로 조계산을 떠나지 아니하고 곧 문인이 되어 대사의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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