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의 뜻을 모르고 독송해도 되나요
-법상스님-
Q: 이제부터라도 못난 마음을 다잡아 금강경 독송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초심자라 경전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데 뜻을 모르고 그냥 독송해도 되는 건지요? 금강경에는 한문본과 한글본이 있던데 독송을 할 때는 어느 것으로 해야 좋은가요? 금강경을 통해 생활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A: 금강경을 어떻게 닦아 갈 것인가, 금강경을 가지고 어떻게 수행해 나갈 것인가, 이것은 불자라면 누구나 궁금해 하는 부분이며 특히 초심자들의 입장에서는 막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금강경 독경은 두 가지 수행 방편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그 첫번째는 간경看經입니다.
간경은 경전을 읽는 그 자체에 중심이 있기보다는 경전을 이해하고 그 가르침의 내용을 마음에 새기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강경이라는 경전에 담긴 부처님 가르침의 의미를 하나하나 새겨 가면서 관觀하며 읽는 것을 간경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두 번째 방법은 독경讀經입니다.
이것은 글자 그대로 금강경을 읽으면서 마음을 관觀하는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경전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방편으로 지관止觀 수행을 닦는 것이지요.
금강경이라는 방편을 통해 모든 불교수행의 핵심인 지관과 정혜定慧에 이르는 것입니다.
마음을 비워라, 멈춰라 해도 잘 비워지지 않는다고 하고 그 마음을 관하라, 깨어있으라 해도 잘 관해지지 않는다고 하니 ‘금강경’이든 ‘관세음보살’이든, ‘대비주’든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하고 관함으로써 다른 일체의 잡념을 끊어 없애고 깨어있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금강경의 뜻을 모르더라도 마음을 금강경 읽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비우고 독경하는 순간순간 올라오는 잡념이나 독송하는 소리 등을 관찰해나갈 수만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수행의 방편이 되는 것입니다.
처음 공부하는 초심자가 금강경의 뜻을 모른다고 금강경을 독경하는 수행은 하지 않겠다거나 금강경 뜻을 다 공부한 뒤에 독경 수행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반대로 금강경 독경 수행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관하면 되는 것이지 금강경을 꼭 해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이냐고 한다면 그 또한 잘못된 생각입니다.
바른 수행자라면 수레의 두 바퀴처럼 금강경 독경을 통해 지관을 닦고, 금강경 해석과 공부를 통해 바른 이해와 실천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금강경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드리면, 일정한 장소와 시간을 정해 집중적으로 수행해 나가는 ‘집중수행’과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나, 일하는 중이나 밥 먹을 때나 매순간이 바로 수행이 되도록 생활 속에서 항상 수행을 놓치지 않는 ‘생활수행’이 있습니다.
‘집중수행’을 하려면 가까운 절이나 집 혹은 사무실에서 금강경을 하루에 1독, 3독, 7독 혹은 그 이상씩 독송하면 됩니다.
금강경 독송을 처음 하는 분들은 ‘어떻게 하루에 7독씩이나 하느냐’고 하겠지만 처음에는 힘들고 어려워도 한 생각 크게 내어 시작하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100일이나 특정 기간을 정해두고 하는 기도에서는 자신이 쉽게 할 수 있는 정도보다 조금 더 가행加行하여 힘에 부친다 싶을 정도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하다 보면 기도에 힘도 붙고 점차 수월하게 마음을 집중해서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처음 한 20일은 3독 정도 하다가 점차 5독, 7독 이렇게 늘려 나가는 것도 너무 기도에 욕심내지 않으면서 끝까지 해나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생활수행’을 하려면 ‘금강경 사구게’ 중 하나의 게송을 선택하여 일상생활 속에서 늘 외우면서 마음을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같은 게송 하나를 정해 염불하듯 독경하듯 일상속에서 틈날 때마다 꾸준히 독송하는 것입니다.
기도를 할까 말까 하고 올라오는 분별을 다 놓아버리고 일단 저질러 보시기 바랍니다.
할까 말까 하고 궁리하고 분별하는 그 마음이 바로 우리가 비워야 하고 관해야 하는 마음입니다.
기도처럼 밝은 일이야 일단 되든 안 되든 저지르고 볼 일입니다.
저질렀다 못하면 그 만큼은 공부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작했다가 끝을 못보는 일이 몇 번 있고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결국에는 밝은 회향廻向이 오는 것입니다.
한 생 동안에 백일기도를 원만하게 한번이라도 회향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밝은 마음 내어 백일기도를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큰 수행공덕이 될 것입니다.
일단 저질렀다가 지금 못하면 다음에 또 하고 그때도 못하면 다음 생에라도 하겠다는 느긋한 마음으로 일단 저질러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