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해 얼마나 투자했나…
혜국스님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겨보면, 즉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돌아간다면 과연 몇 점을 받을 수 있을까? 내 자신은 과연 몇 점짜리 어머니이고, 몇 점짜리 아내이고, 몇 점짜리 남편인가.
즉 몇 점짜리 인생인가? 요즘은 건강 문제에 관심들이 많지만 오래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을 뿐 정작 70이 넘고 80이 넘어서 내 마음 건강이 몇 점일까에 대해서는 신경을 안 쓰는 듯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내가 내 자신을 얼마나 잘 관리하고, 내 점수를 얼마만큼 높이는가 하는 게 중요한 것이지, 오래 사는 것만 가지고 말한다면 그건 짐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몸뚱이 건강을 얘기할 때 스트레스를 예로 많이 듭니다.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서 건강이 그렇게 안 좋다는 얘깁니다.
늘 불안하고 안 좋은 생각, 부정적인 생각을 할 때 여러분들 머리 속에 있는 뇌에서는 호르몬이 분비됩니다.
아드레날린이라고 하는, 우울증이라든지 짜증나는 그런 기운이 나옵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 세상에는 태어나면서부터 앞을 못 보는 사람도 있고, 문 밖에 나와 보지도 못 하는 환자도 있는데, 나는 내 눈으로 저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고, 내 귀로 새소리 매미소리 음악소리를 들을 수 있고, 내 두 발로 걸을 수 있으니 참으로 나는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해봅시다.
그런 행복감을 느끼고 마음을 넓게 쓸 때 우리 뇌에서는 어떤 호르몬이 나옵니까? 베타 엔돌핀이라고 하는 게 나옵니다.
아드레날린이 나왔든 베타 엔돌핀이 나왔든 그것을 누가 만드는 거냐? 자기 자신이 만든다 이 말입니다.
내 생각이, 내 한 생각이 뇌에서 아드레날린도 만들고, 베타 엔돌핀도 만들고 그런다 이 말입니다.
그럼 이 모든 건 누가 만드는 겁니까? 바로 내가 만드는 거라 이 말입니다.
인생 점수 또한 내가 만드는 겁니다.
전생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조상을 믿는다는 얘기고요.
그러면 여러분들이 오늘 한번 죽었다고 생각해 보십시다.
누가 제일 먼저 나타납니까? 염라대왕이란 친구가 나타납니다.
나타나서는 “너, 인생에서 한 일이 무엇이냐?” 묻습니다.
그러면 잘한 얘기만 할 거 아닙니까.
자기가 잘못한 것도 얘기해야 되는데 좋은 것만 얘기하니까, 염라대왕이 비디오테잎을 꺼냅니다.
비디오테잎을 불교 용어로 업경대라 합니다.
업경대에는 우리가 한 평생 남에게 한 행동과 말, 그런 것이 고스란히 찍혀 있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좀 더 잘 살다 올 것을….
그 사진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사진이고, 어느 생에 가더라도 정신적인 세계에서 결혼할 적에는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하고 드러납니다.
그래서 우린 함부로 살 수가 없습니다.
염라대왕이 지옥행과 극락행을 결정할 때 그 점수를 보고 하는데, 30점 미만짜리는 지옥으로 가고 70~80점이 넘은 사람은 극락으로 가게 됩니다.
그런데 한 40점쯤 되는 이게 문제입니다.
50점만 넘으면 인간 세상 중에서도 좋은 데로 태어나는데, 40점쯤 되는 사람은 지옥으로 보내려니 점수가 약간 아깝고 인간 세상으로 보내주려니 이게 또 좀 모자랍니다.
그래서 염라대왕이 묻습니다.
당신이 태어날 수 있는 부모는 저 부모, 요 부모, 이 부모밖에 없습니다.
점수가 그것밖에 안 됩니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다면 그건 내가 원한 것이 됩니다.
내가 원한 거다 하고 내버려 두면 그건 운명론이고, 내가 원한 것이기 때문에 오늘 이것을 다시 새로운 것을 원해서 운명을 바꾸는 것을 인연법, 불교에서 운명을 개척하는 법입니다.
곧 인생 점수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말씀입니다.
그렇게 하면 천상 이 몸뚱이는 내가 아니고, 참나가 누구냐 하는 실상론,실체론에 들어가게 됩니다.
실체론에 들어가려면 인간들의 언어를 가지고는 표현이 어렵습니다.
음양 존자가 조주 스님에게 묻기를, “한 물건도,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어찌 해야 합니까?” 하니까 “놓아버려라” 했습니다.
놓아버리는 것을 내 마음 관리한다, 내 마음을 길들이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이 한평생 살아온 인상을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는 욕망이 하자는 대로 살아왔지 내 마음, 내 영혼을 위해서 과연 얼마나 투자했나이 말씀입니다.
이 세상에 올 때는 뭐라고 맹세했습니까? 염라대왕이 당신은 점수가 안 되니 요런 데로 가라고 하니까 “이번에 이 지구상에 가면 정말로 점수를 60점, 70점으로 올려서 오겠습니다” 하고 크게 맹세를 하고 왔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내가 내 스스로의 다짐을 잊어버렸다 이 말입니다.
그럼, 오늘 그 다짐으로 돌아가는 건데, 그 다짐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화두’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자, 여러분들 바다에 한 번 가보십시다.
바다에 가 보면 파도가 철썩철썩 치는데, 바닷물이 우리 마음의 세계라면 파도는 망상입니다.
그럼, 그 파도가 어디서 나왔습니까? 바닷물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면 그 바닷물에서 나온 거라고 해서 파도가 곧 바닷물이요, 바닷물이 곧 파도이기 때문에 다짐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안 해도 된다? 그건 아닙니다.
이대로가 부처니까 안 해도 된다? 깊은 잠 속에만 가도 내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무슨….
그건 안 되는 소리입니다.
그러면 어떤 경우에 파도가 없어집니까? 바람이 끊어져야 됩니다.
우리 몸에서 바람이라면 뭡니까? 탐ㆍ진ㆍ치 삼독에서부터 108번뇌를 바람이라고 합니다.
108번뇌를 무념, 즉 아무 생각 없이 바람이 끊어진 잔잔한 바닷물로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내가 내 자신을 돌아봐야 됩니다.
그냥 귀로만 듣고 말아버릴 게 아니라 아침에 눈을 딱 뜨면 아, 내 인생 점수가 몇 점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오늘부터는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를 볼 게 아니라 나 한 번 다스려보자, 내 마음 한 번 다스려보자.
(금강경), (법화경), (원각경)에 나왔듯이, “부처님 어떻게 내 마음을 항복받고 어떻게 내 마음을 이겨내야 됩니까, 어떻게 내 마음을 길들여야 됩니까.
‘응여시주(應如是住) 여시항복기심(如是降伏其心)이니라.” 그리고 저녁에는 지지지지~ 소리가 날 때까지 텔레비전을 볼 게 아니라 아홉시, 열시가 되면 딱 끄고 앉아서 30분 정도 자기 자신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 하고 화두 참선을 하든지, 염불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어 보십시오.
오늘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이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갈 수 없고 어제로 돌아갈 수 없듯이, 오늘 하루 잘못 산 것은 영원히 잘못 산 것으로 남기 때문에 텔레비전 연속극 좀 적게 보고 내 마음의 점수 한 번 올려보자 이 말씀입니다.
화두 참선을 해서 마음 수행을 하든지, 염불을 부지런히 하든지.
아니면 남이 내 마음에 맞기를 바랄 게 아니라, 나도 내 마음대로 못 하는데 남이 어떻게 내 마음대로들 해, 내가 저 사람에게 얼마나 맞고 있는가.
항상 내 마음의 문을 열 때 우리 마음의 점수는, 인생 점수는 올라가게 됩니다.
(관세음보살 보문품)은, 바로 멀리 있는 관세음보살을 찾기보다 내 마음에 있는 ‘화두’라는 관세음보살을 깨우면 이루어지지 못할 일이 없고 또 성취되지 못할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극락으로 가겠느냐 연화대로 가겠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런 데 안 가요.
내 마음 고향 갈 겁니다” 하고 염라대왕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이런 부처님 법을 믿는 불자들이여, 항상 긍지를 가지고 당당한 불자의 길을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