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 / 법륜 스님
사람 사이에 갈등은 당연한 현상 때론 기다리는 것이 해법될 수도 남편은 삼남매의 막내인데, 형님과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부모님 돌아가신 후에는 아예 명절에도 만나지 않고 제가 마음을 돌리려 여러 번 시도해도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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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은 남남보다도 오히려 가까운 사람 사이에 더 잘 생깁니다. 부모 자식 사이, 부부 사이, 형제 사이에 더 많이 생깁니다. 형제간에 생긴 갈등의 골은 남과의 갈등보다 더 깊습니다. 왜일까요? 갈등을 겪은 시간이 오래됐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상처는 어릴 때 많이 입습니다. 어려서 감수성이 예민할 때 입은 상처들은 오래 기억됩니다. 게다가 형제 사이의 갈등은 형제이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것으로 보여도 마음속에 있는 상처는 굉장히 깊숙이 자리 잡습니다. 형제 사이에 일어난 갈등들은 대부분 부모가 계실 때는 그 울타리 속에서 억눌려서 바깥으로 잘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단 부모가 돌아가시게 되면 바깥으로 드러나게 됩니다.정토회원들도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이에 약간씩은 다 갈등이 있습니다. 없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이란 누구나 다 관계 속에서 조금씩 갈등하는 관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갈등들이 제가 있을 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조절해 줘서가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 같은 스승 밑에서 살 때는 그렇게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가 세상을 뜨고 나면 갈등들이 훨씬 커질 겁니다. 이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중생의 마음이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다른 집은 형제간에 우애가 참 좋은데 우리 집은 왜 이렇게 형제간에 갈등이 있을까’ 하고 생각할 필요 없어요. 형제간에 갈등이 있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또 이웃집끼리도 갈등이 있는 게 당연한 거예요. 형제간에 갈등이 없고, 이웃 간에 갈등이 없고, 부부간에 갈등이 없는 경우는 훨씬 드문 편입니다.부부간에 갈등이 있다고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가까이 붙어사니까 당연히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물론 처음 결혼할 때의 목표하고는 맞지 않지요. 원래 목표로 보면 부부는 서로 좋아서 만난 관계이므로 갈등이 생긴다면 이건 모순입니다. 모순이지만 인간 삶의 원리로 보면 갈등이 생기는 게 정상이에요. 우리가 수행을 하는 것은 이 모순을 극복하자는 거예요. 형제간에도 마찬가지예요. 형제간에 서로 의좋게 지내야 하지요. 그러나 가까이 있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그럼 가까이 있다고 반드시 갈등이 생기는가? 그건 아니지요. 갈등이 생기는 원인은 자기중심성에 있습니다. 자기중심성만 내려놓으면 누구하고도 갈등 없이 살 수 있습니다.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이 문제는 ‘내’ 문제가 아니고 남편 문제입니다. 남편한테 자꾸 “자기중심성을 내려놓아라” 하며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남편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해하고 그냥 두세요.이 집만 그런 게 아니라 이런 집은 많습니다. 일반적인 현상이에요. 물론 그렇지 않은 집도 있지요. 그러나 훨씬 적습니다. 그러니 이걸 크게 문제 삼지 마세요. 오히려 ‘남편이 자라면서 형님한테 상처를 받았구나! 갈등이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하세요. 그 다음에 남편과 상관없이, 남편이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살님이 시댁 식구들과 적당하게 교류를 하고 관계를 개선해서 사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또 나이가 더 들면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시간을 두고 기다리세요. 둘째는 형제간의 문제를 자꾸 풀려고 하지 말고, 그것보다는 남편을 불법에 귀의토록 해서 불법에 대한 이해를 높이도록 이끌어주세요. –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