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암스님─정신세계의 갑부

정신세계의 갑부

-서암스님-

아도화상 한 분이 신라 불교에 불을 붙여서 1600년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나라 불교가 빛나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을 보니 그런 보살 화현으로 보이는 분이 방에 가득찬 듯합니다.

부처님 세계에 들어온 사람은 다 스님입니다.

머리 깎고 먹물옷 입어야 스님이 아닙니다.

자기가 뼈빠지게 노력해서 법당 만들고, 누가 밀어내도 중심 갖고 다시 서는 이것이 불교요, 그 사람이 부처님 제자입니다.

부처님이 편하게 살려면 얼마든지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궁성이며, 가족,지위 모두 집어던지고 거지가 되어 산중에 가서 피골이 상접하도록 공부한 그것이 다 진리에 들어 가고자 함이었습니다.

억지로 부처님 흉내라도 내며 살아야지요.

부처님은 모든 것 다 버리고 거지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복스러운 거지가 되었지요.

그래 ‘클거 巨’자 ‘지혜 지 智’자라, 지혜가 밝은 사람이 참말 거지입니다.

거지 이야기 나왔으니 말인데, 옛날에 어떤 거지 부자父子가 길을 가다가 큰 부잣집에 불이 난 것을 보았습니다.

온갖 보배, 좋은 의복, 귀중한 살림살이가 잔뜩 쌓여있던 고방에 불이 붙으니까 식구들이 마당에 나가 발을 동동 구르고 울고 불고 야단들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 보던 아버지 거지가 아들 거지에게 말했습니다.

“야, 이놈아.

너는 애비 잘 둔 줄 알아라.

내가 만약 잘살았다면 저렇게 되었을 것이 아니냐! 나는 아무것도 안 가졌으니 저런 걱정이 없지 않느냐? 애비 잘 둔 줄 알아라.” 라고 말했다 하니 정말 거지巨智가 아닙니까? 이까짓 것 언제나 무너질 수 있는 물질에 애착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살림살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재산을 쌓는 그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굶어죽지 않습니다.

이치대로 살면 입이 모자라지 먹을 것이 모자라지 않고 고깃덩이가 모자라지 걸칠 것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인간을 나태하게 하는 독약이 재산입니다.

그 몇푼어치 안 되는 재산 때문에 나태해지고 윤리도덕이 다 무너져 버리고 세상이 험악해집니다.

욕심만 털면 입이 모자라지 굶어죽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큰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이 고방에 재산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탐진치 삼독의 결정체가 재산입니다.

돈 많은 사람이 탐진치가 가장 많다는 소리가 되지요.

가진 것이 없는 거지에게는 천하 것이 자기 것입니다.

세계 제일 갑부라도 자기 재산 있고 자기 재산 아닌 것이 있어 자기 재산이라는 한계에 딱 부딪혀 아직도 더 보탤 욕심이 끝이 안 나지만, 이 거지는 천하가 다 자기 것입니다.

한 물건도 안 가진 사람이 지혜가 있지 재산 잔뜩 쌓아 놓은 사람은 큰 지혜는 없습니다.

있어 보아야 조그마한 지혜지 그 무슨 쓸모가 있겠습니까? 물론 재산이 많은 것을 일부러 집어던지고 거지될 필요는 없어요.

그 재산을 안 가진 셈 치고 이 우주의 재산이고 천하의 재산이라는 정신을 갖고 재산을 빛나게 쓰며 살아 갈 때 그 사람이 참말 거지입니다.

얻어먹는 사람을 일러 거지라 하지만 참말 거지는 정신 세계에서는 큰 갑부입니다.

그러니까 정신 없이 사는 거지는 아닙니다.

천하를 다 거머쥔 사람이 진짜 거지요, 그런 분이 부처님입니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항목은 *(으)로 표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