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체유심조 (一切唯心造)
-지명스님-
불교에서는 ‘일체유심조’ 즉 “일체의 사물은 모두,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것”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존재하거나 말거나.
마음이 있거나 말거나.
해와 달은 뜨고 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계속 반복됩니다.
바닷물은 누가 보거나 말거나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바람은 사람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이 불어댑니다.
그러므로 ‘일체유심조’라는 말은, 자연과학적인 의미에서 마음이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연에 이름을 붙이고 가격을 매기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 달려있습니다.
장자에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똑같이 물을 보지만, 보는 관점에 따라 물의 이름과 기능은 달라진다.
사람에게는 물이 물이지만, 물고기에게는 물이 공기이다.
때로, 다른 동물에게는 물이 불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원효대사가 중국 유학길에서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원효스님은 바로 그 순간에 ‘일체유심조’의 진리를 깨닫게 되지요.
산이 언제 산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적이 없고, 하늘이 언제 하늘이라고 불러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인간의 마음이 섞이지 않으면 자연은 아무 그림도 그리지 않은 화폭과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그 화폭에 온갖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돼 마음으로 돌아오는 것임을, 잘 알아야 합니다.
부질없는 내기와 집착에서, 스스로 벗어나야 합니다.
마음이 그려낸 화폭에서 스스로 벗어날 때, 참다운 평화와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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