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람으로 가는 실천행 제시
일반적으로 경전하면 모두들 내용을 읽어보기도 전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마디로 무지(無知)에서 오는 선입감이라고 밖에 할 수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의 말씀이 원형대로 남아있는 초기경전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아주 소박하고 간결한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후기에 성립된 경전들 가운데는 다소 번거로운 교리와 형이상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경전도 있지만 초기경전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법구경》도 바로 그러한 초기 경전 중의 하나입니다.
《법구경》의 원명은 팔리(Pali)어로는 담마빠다(Dhammapada) 범어로는 다르마빠다(Dharmapada)라고 하는데, ‘담마’는 진리, 법이란 뜻이고, ‘빠다’는 말씀, 길, 문구라는 의미로써 합하면 ‘진리의 말씀’ 또는 ‘법의 길’이라는 뜻이 되고, 이를 의역하여 법구(法句)라고 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법구경》은 짧은 운문으로 시(詩)와 같은 형식으로 되어있는데, 팔리어 원전 이외에 한역본으로는 4종류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한역본(漢譯本)이 있다 보니, 게송의 수나, 배열 순서도 다르고 개중에는 게송을 설하게 된 까닭을 간략하게 붙이는 등 내용면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법구경》은 서기 5세기경에 인도의 대논사(大論師)인 붓다고사(Buddhaghosa)가 주석을 붙임으로써 더욱더 유명해졌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여러 가지 번역본 가운데 26장 423게송으로 번역된 팔리어본의 《법구경》과 싯구마다 그 싯구를 읊게 된 까닭을 설명한 《법구비유경》등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 01 장 대구(對句)에 관한 쌍서품(雙徐品)을 비롯하여
제 02 장 게으름에 관한 내용인 방일품(放逸品)
제 03 장 마음에 관한 심의품(心意品)
제 04 장 꽃에 관한 화향품(화향품)
제 05 장 어리석음을 다룬 우암품(愚闇品)
제 06 장 현인을 설한 현철품(賢哲品)
제 07 장 아라한품(阿羅漢品)
제 08 장 천(千)에 비교한 술천품(述千品)
제 09 장 악을 다룬 악행품(惡行品)
제 10 장 폭력에 관한 도장품(刀杖品)
제 11 장 늙음에 관한 노모품(老芼品)
제 12 장 자기에 대한 기신품(己身品)
제 13 장 세속품(世俗品)
제 14 장 불타품(佛陀品)
제 15 장 안락품(安樂品)
제 16 장 사랑에 관한 애욕품(愛好品)
제 17 장 분노품(忿怒品)
제 18 장 더러움에 관한 진구품(塵垢品)
제 19 장 공정한 사람에 관한 주법품(住法品)
제 20 장 길에 관한 도행품(道行品)
제 21 장 갖가지 일에 관한 광연품(廣衍品)
제 22 장 지옥품(地獄品)
제 23 장 코끼리에 관한 상유품(象喩品)
제 24 장 갈애에 관한 애욕품(愛欲品)
제 25 장 비구품(比丘品)
제 26 장 바라문품(婆羅門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법구경》자체는 게송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반면, 《법구비유경》에는 그 게송을 설하시게 된 배경, 즉 인연비유담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두루 갖추신 위없는 스승으로서의 면모는 물론 인간으로서의 위대함과 자상함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역 《법구경》은 3세기 초 중국의 고승 지겸(支謙)이 번역한 이래로 현재까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가장 많이 읽혀지고 있는 경전이기도 합니다.
특히 1855년 덴마크의 석학 파우스뵐(Fausboll)이 《법구경》을 라틴어로 번역하여 유럽에 전파하면서 ‘동방의 성서’로 널리 격찬 받게 되었고, 그후 영어, 독어, 불어를 비롯하여 일어, 러시아어로도 번역되어 불경 가운데서는 대중적으로 가장 친근한 경전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 이유인즉 《법구경》은 고전적인 간결한 표현으로 구성되어 읽기가 쉽고, 또한 우리들 생활에서 잊혀져 있는 잠재의식을 일깨워주는 지혜의 가르침으로써 우리네 인생이 걸어가야 할 목표가 어디에 있는가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하여 그릇된 고정관념과 잘못된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하고, 더 한층 삶의 질을 높여 한걸음 한걸음 참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 실천행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즐겨듣는 게송(60번) 한 구절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밤은 길고,
피곤한 사람에게 길은 멀어라.
바른 진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에게
아아 윤회의 밤길은 길고도 멀어라.
이처럼 《법구경》의 특징은 불교교리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우리들로 하여금 불교가 지향하는 이상향에 갈 수 있도록 일깨워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구경》에는 부처님에 대한 초인적인 과장이나 신비성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현학적이라고 할 만한 이론의 편중(偏重)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오히려 깨달음을 이루신 인간 불타의 더없이 따스한 눈길과 간결하고 솔직하면서도 더없는 깊이와 함축을 풍기는 진리의 말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법구경》에 수록되어 있는 게송 하나 하나가 윤리적, 종교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철학적인 예지가 번뜩이고 있어서 언제라도 우리들의 가슴을 적셔주기 때문에 가까이 하고픈 경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