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歸來問舍人(천리귀래문사인) 천리 길 찾아와 임의 안부 묻나이다.
靑山獨立幾經春(청산독립기경춘) 청산에 홀로 서서 몇 해를 보냈나요?
若逢末世難行法(약봉말세난행법) 만약 부처님 법이 행하지 못하는 말세를 만났다면
我亦如君不惜身(아역여군불석신) 나 역시 임처럼 목숨 아끼지 않았으리.
고려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 1055~1101)이 이차돈 성사의 순교 부도탑을 찾아와 지은 시이다. 법흥왕 때 불교를 나라 안에 전파하기 위하여 참수의 형을 당하고 흰 피가 솟았다는 이차돈의 순교를 추모하면서 자신도 이차돈과 같은 처지였다면 기꺼이 목숨을 바쳤으리라는 호법의 의지를 밝힌 시이다.
의천은 고려 문종의 넷째 왕자로 11세에 왕사(王師)였던 난원(爛圓)에게 출가하여 스님이 된 후 중국 송나라에 들어가 수학하고 돌아온 후 속장경을 간행하고 천태종을 수립하는 등 불교중흥을 위해 많은 공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