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포구 모퉁이를 돌아 19번 국도,
섬진강 모래톱에 서면
나는 문득 바다가 된다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섬 하나 꺼내놓으면
바라만 보아도 가슴 아려 눈물 나는 윤슬,
함께 어울려 반짝이는
가리비 조가비 매생이들이 너나들이 하며
물보라꽃 높이높이 피워 올린다
이윽고 마흔아홉의 아버지
향기로운 윤슬 밟으며 나타나신다
사랑에도
발효의 시간과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고,
잊는 것에도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시던
아버지,
환하게 웃으며 등 내미신다
가까이 다가오는 수평선 자락 들어 올리면
작은 섬들이 파도소리를 내며 줄줄이 올라오고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등 내어주고 싶은 낮은 산들도
졸망졸망 뒤따라온다
文殊華 하영 시인 글. 월간 반야 2010년 5월 1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