宇宙逍遙孰我當(우주소요숙아당) 우주를 소요하는 것 누가 나를 당할 것인가?
尋常隨意任彷徉(심상수의임반양) 늘 기분대로 자유롭게 배회하노라
石床坐臥衣裳冷(석상좌와의상냉) 돌 침상에 앉고 누우니 옷이 차갑고
花塢歸來杖屨香(화오귀래장구향) 꽃 핀 언덕에서 돌아오니 지팡이와
신발이 향기롭구나.
산에 사는 사람이 도락을 즐기면서 자신의 흥을 읊어 놓은 시이다. 우주를 소요한다는 말이 무슨 말일까? 세상의 모든 것에 구애되지 않고 마음의 자유를 흠뻑 누린다는 말인 것 같지만 이것 가지고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른바 근심 걱정, 사랑과 미움, 돈과 명예 따위에 자유로워졌다는 것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이 우주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대로 나는 우주아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칠 수가 있는 것이다.
허응당 보우(虛應普雨: ?~1565) 스님의 시이다. 조선조 명종의 모후 문정왕후가 섭정할 때 왕후에 신임을 받아 불교중흥에 힘써다가 문조정왕후가 죽자 유생들의 모함을 받아 제주도에 유배되어 있다 제주목사 변협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일종의 순교였다. 승과(僧科)제도를 회복 서산 스님을 발굴한 일 등이 모두 보우스님의 업적으로 평가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