客來暝煙集(객래명연집) 손님이 오자 저녁연기도 잦아들고
野寺鐘聲歇(야사종성헐) 들판의 절에서는 종소리도 그쳤네.
倂榻淸凉夜(병탑청량야) 맑고 시원한 밤 나란히 걸상에 앉아
同看松上月(동간송상월) 함께 소나무 위의 달을 바라본다네.
해가 저문 저녁 무렵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인적이 별로 없는 고즈넉한 우거(寓居)에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라 반갑기 짝이 없다. 초라한 상을 차려 저녁을 함께 먹었는지 모른다. 아래 절간에서 저녁예불을 올리며 치던 종소리도 그치고 어둠이 더 깊어지자 어느 사이 달이 떠 소나무 위에 걸렸다.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걸상에 나란히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얼굴을 들어 소나무 가지 위의 달을 쳐다보다 말이 멈춰졌다. 이것을 유마(維摩)의 불이선(佛二禪)의 경지라 하면 어떨까?
이 시는 추사(秋思)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오언절구라는 시이다. 분위기로 봐서는 외롭게 지내던 시절에 지은 것 같기도 하다 찾아온 사람이 혹 초의선사가 아니었을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해설자의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