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금강삼매경(金剛三昧經) – 본래의 자기를 보다

마음 찾아 삼매 드는 길 제시
압축 문장 특징…원효스님 주석으로 대중화

지성은 인간만이 갖일 수 있는 귀중한 능력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오직 지성으로만 뭉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성은 인간의 마음 속에 들어있는 일부분의 능력에 불과할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지성은 과학을 발달시킬 수는 있으나 인간으로 하여금 “본래의 자기”를 되찾게 해주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보다도 본래의 자기를 찾는 일일 것이고, 마음의 고요를 얻는 일은 바로 그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첫 출발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마음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해놓은 경전이 있는데, 바로 <금강삼매경>이 그것입니다. 마음의 고요는 어떤 지식적인 매개체로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삼매에 들 때에만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삼매를 중심으로 설한 경전이 바로 <금강삼매경>입니다.

<금강삼매경>은 7세기까지는 실역(失譯)으로 전해지다가 8세기 초에 <개원록(開元錄)>이라는 경전목록에 “잃어 버렸던 것을 찾아서 편집한다”라고 하여 현존본으로 기록함으로써 비로소 알려진 경전입니다. 따라서 완벽한 경전목록이라고 일컬어지는 <개원록>의 기록을 믿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금강삼매경>의 성립시기를 7세기 전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금강삼매경>에 남북조시대에서 수나라 무렵까지 중국에서 문제가 되었던 거의 모든 교리와 학설이 총망라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구역(舊譯)시대 번역임에도 불구하고 제7식을 ‘말나식(末那識)’이라하고 현장스님이 번역한 <반야심경>에 나오는 ‘대신주(大神呪)’등 신역용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금강삼매경>은 선종에도 매우 큰 영향을 주었는데 그것은 삼매를 설한 심오한 경전이었으므로 충분히 짐작이 가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경은 원효 스님이 주석해 놓은 <금강삼매경론>이 없었다면 쉽사리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압축된 문장과 간결한 어휘를 구사하고 있는 짧으면서도 어려운 경전입니다.

당시에 <금강삼매경>이 세상에 알려지고 이해가 가능해진 것은 원효스님의 <금강삼매경론>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금강삼매경>을 이해하는 데는 원효스님의 <금강삼매경론>이 지침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송고승전>에서 용왕이 이 경전의 흩어진 종이들을 묶어 우리나라 사신에게 주면서 ‘이 흩어진 페이지를 순서대로 맞출 수 있는 이는 신라의 대안(大安)스님이고, 그것을 강의할 수 있는 이는 원효 스님이 아니면 안된다’고 했다는 설화도 간과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겁니다.

본론으로 돌아가 <금강삼매경> 경명(經名)에서 ‘금강’이란 모든 광물 가운데 가장 굳센 돌로서, 그 어떤 물건이든지 뚫고 깨뜨리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뜻으로 모든 의심을 다 쳐부순다는 의미가 있고, 그리고 ‘삼매’란 올바른 생각(正思)을 뜻하는데 정(定)에 들었을 때만이 바르게 생각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금강삼매경>은 현대 사회의 혼란함을 치유할 수 있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과 마음의 고요를 얻지 못하면 정상적인 인간관계와 참된 나 자신에의 회귀는 이루어 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 인간들의 번뇌와 미혹한 마음의 뿌리를 능히 잘라낼 수 있는 지혜를 바로 이 금강에다 비유하고 상징화한 것이지요.

그러면 <금강삼매경>의 구성과 그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송고승전>에서는 8품이라 적고 있으나 현존본은 7품뿐으로서, 이 7품이 정설분(正說分)에 해당하며 그 앞뒤에 서분과 유통분이 있습니다.

먼저 서분에서는 부처님께서 이 경의 사구게(四句偈)만이라도 받아 지니는 사람은 부처님의 지혜의 경지(佛知見)의 경지에 들어가게 된다고 설하시고 금강삼매에 드시자 대중 가운데 아가타(阿伽陀)비구가 게송으로 찬탄하는 내용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정설분 가운데 제1무상법품(無相法品)에서는 중생을 교화하려고 한다면 교화한다는 생각도, 교화함이 없다는 그 생각도 일으키지 말아야 비로소 교화가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일에도 갖은 생색을 내려고 하는 우리 중생들에게는 많은 시사를 주는 구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6여래장품(如來藏品)에서는 마치 대해(大海)에 모든 강물이 흘러 들어오지 않을 수 없듯이, 모든 법의 맛도 강물의 흐름과 같아서 그 이름과 크기와 양은 비록 다르지만 물이라는 관점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유통분은 이 경전을 수지하는 사람은 불가사의한 공덕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요컨대 <금강삼매경>의 ‘삼매의 세계’는 신비로운 정신세계이지만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개인 하늘처럼 가슴이 열려있을 때, 비로소 금강삼매가 실현된다고 설파한 경전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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