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底泥牛含月珠 (해저니우함월주) 바다 밑에 진흙 소가 달을 물고 달아나고
巖前石虎抱兒眠(암전석호포아면) 바위 앞의 돌 호랑이 새끼를 안고 졸고 있네.
鐵蛇鑽入金剛眼(철사찬입금강안) 쇠로된 뱀이 금강의 눈을 뚫고 들어가는데
崑崙騎象鷺鷥牽(곤륜기상로사견) 코끼리를 탄 곤륜을 해오라기가 끌고 가는구나.
격외도리를 쓴 선시의 표본이 되는 [선요(禪要)]에 나오는 고봉원묘(高峰原妙: 1238~1295) 선사의 시이다. 진흙소가 등장하고 돌호랑이가 나오며, 쇠뱀이 나온다. 진흙이 소가 되며 돌이 호랑이가 되고 쇠가 뱀이 되어 달아나고 금강의 눈을 뚫고 들어간다는 말들은 상식을 초월한 이야기다.
그러나 현상을 인식하는 고정 관념적 사고로는 선의 세계에 이르지 못한다. 모든 사물의 이름과 모양을 초월할 때 비로소 의식이 자유로워져 관념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 말하자면 불속에서도 얼음이 어는 것이다. 따라서 의식의 해방에서 설해지는 말들은 고차원의 격외 소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무정無情이 유정(有情이) 되고 유정이 무정이 되어 유무가 둘이 아닌 불이(不二)의 경계에 이르러야만 선(禪)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