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 가득한 이끼 색이 옷에 묻혀오는 듯하고

滿牆苔色染人衣(만장태색염인의) 담장 가득한 이끼 색이 옷에 묻혀오는 듯하고

盡日常關竹下扉(진일상관죽하비) 대나무 사립문은 종일 닫혀 있는데

忽有墨香來墮案(홀유묵향래타안) 홀연히 책상에 내리는 먹의 향기는

疑言海鶴帶將來(의언해학대장래) 바다 학이 가져왔나 의심 되구나.

초의(草衣:1786~1866) 선사는 다茶와 시詩로 유명한 행적을 남긴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과의 교분, 그리고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와의 교분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기기도 했던 스님은 그가 머물었던 대흥사 일지암(一枝庵)을 제목에 넣은 [일지암시고]와 [일지암문집]에 많은 시문을 남겨 놓았다.

위의 시는 정약용의 아들 정학연이 보내준 시를 받고 화답해 준 시 가운데 하나이다. 초당의 담장과 이끼, 사립문이 나오고 홀연히 책상에 내리는 먹의 향기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책상에서 보낸 서찰을 읽었다는 이야기다. 읽고 보니 글자를 적은 먹의 향기를 통해 편지를 보내준 사람의 고매한 인품을 느껴져 바다의 학에 비유 찬탄을 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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