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作金環掛碧天(월작금환괘벽천) 달은 금반지가 되어 푸른 하늘에 걸려 있고
水爲玉屑落長川(수위옥소낙장천) 물은 옥가루가 되어 긴 내에 떨어지네.
箇中無限眞風景(개중무한진풍경) 이 가운데 무한한 진여의 풍경이여
豈易山人筆下宣(기이산인필하선) 어찌 산사람의 붓으로 펼쳐낼 수 있으랴.
조선조 중엽 월파(月波1695~?) 대사가 남긴 문집 [월파집(月波集)]에는 자연을 묘사하며 읊은 서정시가 많이 수록되어 있다. ‘산의 경치(山景)’라는 제목의 이 시는 하늘의 달과 폭포의 물을 소재로 하여 지은 시인데 산속에서 볼 수 있는 시야의 공간을 한껏 넓혀 놓고 이것이 진여의 풍경이라 하여 붓으로 도저히 펼쳐 묘사할 수 없다고 하였다.
보고 듣는 것이 모두 부처의 모습이요 부처의 법문이라 하는 말처럼 잘 보고 잘 들으면 현상의 배후에 숨어 있는 실상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자연의 부처님을 만나고 무정설법(無情說法)을 듣는다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