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방장스님─ 하안거 결제법어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 원명스님 하안거 결제법어** 窮釋子口稱貧 궁석자 구칭빈 이나 實是身貧道不貧 실시신빈도불빈 이라 貧則身常被縷褐 빈즉신상피루갈 이요 道卽心藏無價珍 도즉심장무가진 이로다 궁핍한 불제자가 입으로는 가난하다 하지만 사실 몸은 가난해도 도는 가난하지 않다네.

가난하여 항상 몸에 누더기를 걸치고 있지만 도에 있어서는 마음에 무가의 보배를 감추고 있도다.

출가수행자가 넉넉한데 익숙해져 버리면 이미 수행은 요원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빈도라고 말합니다.

이 말에는 소욕지족 하라는 뜻도 담겨 있습니다.

안락하고 따뜻한 것은 유한 하지만 부단한 정진 뒤에 찾아오는 희열은 무한합니다.

범부는 무한의 보배를 위해 감내하기보다 유한의 것에 현혹되기 쉽습니다.

이는 가난하고 궁핍한 삶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라 불변한 것이 무엇인지 알 때까지 헛된 것에 집착하여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젊고 힘이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영원한 줄 알고 온갖 만용을 부립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어느 듯 기력은 소진되고 혼침에 빠져버립니다.

사부대중이 한 자리에 모였습 니다.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 앉았는지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채찍을 더해야 합니다.

물은 굽이굽이를 거쳐야만 넓고 깊은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벼이삭도 여러 날을 뜨거운 햇볕을 견디고 이겨낸 다음이라야 가을에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참 보배를 위해서 매진하고 있는지 아니면 형식만 갖추고 소일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합니다.

모두들 자정과 쇄신을 부르짖고 있습니다.

행이 따르지 않고 입으로만 내세우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수행자의 분상에서는 그런 허례 허식은 필요 없고 다만 굳은 의지로 정진해 나아가는 것만을 진실로 삼아야 합니다.

물질은 넘쳐나도 항상 허덕이는 것은 자신을 놓친 줄도 모르고 밖으로만 내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스스로를 맑혀가는 자정이 삼세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요 출가인의 본분입니다.

행하기를 말보다 먼저 하기 때문에 수행자라 합니다.

모든 것에 당당하면서 자비로 수용할 수 있는 심량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佛法大海)불법대해 속에 들어가 진실한 믿음과 (徹見)철견의 지혜로 유유자적 한다면 가히 수행의 분을 이루었다 할 것입니다.

얕은 물에 여울져 흘러가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에는 귀도 기울이지 말고 깊은 물에 들어가 크게 휘저어 볼 마음으로 정진하기 바랍니다.

聞聲觀衆妙 문성관중묘 하고 見色體群眞 견색체군진 이라 衆寶年年富 중보년년부 하고 風流日日新 풍류일일신 이로다 소리를 듣고 묘한 이치를 관하고 색을 보고 뭇 참됨을 깨달으니 온갖 보배는 해마다 늘어나고 풍류는 날마다 새롭도다.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