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경대(業鏡臺) 이야기

은해사 박물관에는 진귀한 유물 하나가 전시되어 있다. 꼬리를 치켜든 사자상 위에 불꽃을 위로 달고 있는 타원형의 유물이 있는데 이를 업경대라 한다. 업을 비춰본다는 이 거울은 원래 염라대왕이 있는 명부에 있다는 거울이다. 때로는 거울이 돌면서 비춘다 하여 업경륜(業鏡輪)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 죽어 저승에 갔을 때 염라대왕이 이승에서 지은 인간의 죄업을 심판한다고 하는 설은 중국의 도교사상에서 있어온 사후의 이야기로 이것이 불교에 흡수, 지장신앙과 연결된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고대 인도에서도 이미 업경대의 이야기는 있었다. 중국의 현장법사가 인도에 가 있을 때 바라나국의 어느 절에서 돌기둥으로 되어 있는 업경대를 보았다는 기록이 [대당서역기]에 나온다.

업이란 사람이 하는 행위를 두고 하는 말로 범어 까르마(karma)를 번역한 말이다. 사람의 행위를 세 가지로 구분 신체적 행위를 신업(身業)이라 하고 언어적 행위를 구업(口業)이라 하며 사고적 행위를 의업(意業)이라 하여 3업이라 말하기도 한다. 의업은 마음속에 일어나는 생각을 뜻하는 말인데 불교에서는 생각도 하나의 행위로 본다.

이 업이 다시 선악으로 구분되어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인과관계(因果關係)를 맺고 있어 현생에 지은 업이 원인이 되어 다음생의 과보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리하여 악업을 많이 지은 중생이 있을 때 그는 사후의 고통이 가장 극심한 지옥으로 가게 되는데 여기서 업경대 앞에 서서 생전에 지은 죄를 염라대왕 앞에 자술하게 되고 이것을 두루마리에 적어 자술한 죄목에 대한 량을 저울에 달아 어떤 지옥의 고통을 받느냐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다분히 권선징악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말로 사람이 살면서 나쁜 죄업을 지으면 안 된다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생사의 반복을 윤회(輪廻)라고 한다. 불교의 교리에 육도윤회설이 있다. 인간세상에서 지은 업이 기준이 되어 선업이 많을 때는 천상으로 가거나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며 악업이 많을 때는 그 경중에 따라 지옥이나 아귀 축생도에 가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윤회설을 통하여 생각해 볼 때 인간의 한 생애는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생활 속의 하루의 시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이 내 한 생애의 전부가 아니듯이 금생이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전생, 금생, 내생으로 이어지는 생이 세세생생으로 계속되므로 이 윤회를 끊는 것이 불교 수행의 목적이다. 해탈이나 열반으로 설명되는 수행이 완성된 경지는 윤회를 벗어났다는 것을 뜻한다. 윤회를 하는 것은 업에 의한 과보가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 과보가 가장 고통스러운 곳이 지옥이다. 살생의 업을 많이 짓거나 반윤리적인 행위를 많이 한 사람은 다음 생의 과보가 지옥의 고통을 받게 된다고 한다.

지옥은 죄업이 많은 중생이 모이는 곳이다. 중생이 생사를 윤회하면서 가장 절망적이고 불행한 상태가 되는 것이 지옥에 가는 것이다. 이 지옥의 고통을 소멸시키고 지옥의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큰 서원을 세운 보살이 있다. 바로 지장보살(地藏菩薩)이다. 지장보살은 자신의 성불을 포기하고 지옥중생을 모두 제도하겠다는 일념으로 무한 대비를 실천하는 보살이다. 이를 대비천제(大悲闡提)라 하여 남을 먼저 제도하겠다는 지극한 대비심 때문에 자신의 성불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지장보살은 지옥문전에서 지옥에 들어가는 중생들이 불쌍하여 슬피 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한다.

“지옥을 중생들을 죄다 건저 내고서야 바야흐로 깨달음을 이루겠다. 지옥의 중생들을 제도하지 않고서는 결코 부처가 되지 않으리.” _ 衆生度盡 方證菩提 地獄未除 誓不成佛

이러한 서원을 가진 지장보살은 죽은 망자가 지옥의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보살로 알려져 있다. 그리하여 죽은 망자의 영가 천도를 위하여 지장보살에게 기도를 하며 재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다. 이 지장신앙에는 극락세계와 같은 부처님의 세계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정토발원이 들어 있다. 그러므로 업경대는 지장신앙과 관계된, 업의 심판에서 업의 소멸로 중생을 이고득락(離苦得樂)케 하는 불교신앙의 근본 메시지가 들어있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이 자기의 얼굴을 보고자 할 때는 거울을 본다. 여성들이 화장을 할 때 거울을 보듯이 거울을 보는 것은 용모의 단정함을 확인하거나 얼굴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이다. 중생이 사바세계에 태어나 살고 있는 것은 업을 짓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짓는 업이 좋은 업인가 나쁜 업인가를 살펴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업경대는 우리에게 전해준다. 내 업이 거울에 비치어 파노라마처럼 나타난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과학적인 이야기이다. 만약에 누군가가 우리의 행동을 계속 관찰하면서 카메라나 비디오로 찍어 둔다면 내가 한 행위의 장면들이 틀림없이 그대로 나타나지 않겠는가?

종교 신앙인들이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생각 하나는 내 행위는 기록되고 있으며 나를 지켜보는 관찰자가 어디엔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은 업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며 거울에 나타나는 형상처럼 명확하여 지은 업에서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지안 큰스님 글. 월간 반야 2011년 10월 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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