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님─비에는 소리가 없다

비에는 소리가 없다 -현장스님- 이 비 끝나면 금빛 바람 속에 빛나는 천봉산을 만나게 되겠지요. 가을비가 내리던 몇 해 전의 일입니다. 함께 차를 마시던 한 거사님이 느닷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빗소리가 너무나 좋습니다.” 그러자 곁에 있던 쵸펠 스님이 바로 말했어요. “비에는 소리가 없는데요?” 여러분은 이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세상에 저 홀로 저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현장스님─비에는 소리가 없다 계속 읽기

현장스님─백불관 노인의 생사해탈

백불관 노인의 생사해탈 / 현장스님 중국 청나라에 백불관(百不關)이라 불리는 노인이 있었다. 백불관이란 일체 남의 일에 관여하지 말고 오직 염불에만 마음을 기울이라는 뜻이다. 60세가 넘은 노인이 한평생 살아온 자취를 더듬어 보니 서글픈 마음 뿐이었다. 주변의 친구들도 하나 둘 저 세상으로 떠나가고 자신의 삶 또한 임종이 멀지 않았음을 절감하니 두려운 마음이 일어났다. 살아생전 공덕과 선행은 닦지 못하고… 현장스님─백불관 노인의 생사해탈 계속 읽기

현장스님─돼지의 슬픔 인간의 슬픔

돼지의 슬픔, 인간의 슬픔

-현장스님-

돼지 열마리가 소풍을 갔다.

목적지에 도착한 우두머리 돼지는 인원점검을 해 보았다.

떠날 때는 열 명이 떠났는데 지금은 아홉마리 뿐이었다.

돼지들은 소풍의 기쁨도 잊어버리고 친구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었다.

지나가던 나그네 돼지가 물었다.

“왜 그렇게 비탄에 잠겨 있소?” “우리들 돼지 열 마리가 소풍을 왔는데 와서 보니 아홉마리 뿐이오.

우리는 지금 친구 한 마리를 잃어버린 슬픔에 잠겨 있소.” 나그네 돼지가 돼지들을 헤아려 보니 열 마리가 그대로 있었다.

소풍 온 돼지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은 빼놓고 남의 숫자만 헤아리며 슬픔에 잠겨 있었던 것이다.

나그네 돼지의 깨우침을 듣고 열 마리 돼지들은 비로소 슬픔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는 이 우화는 실로 수행의 근본을 일깨워 주는 교훈이 아닐수 없다.

잃어버린 돼지는 본래 없었다.

인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진실로 슬퍼하거나 불행을 느껴야 할 이유는 없다.

인간에게 슬픔과 고통, 죄악과 번뇌를 가져다 주는 것은 자신의 본성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자신은 구제불능의 중생이고 눈먼 죄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저런 기도와 수행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자신을 제한시켜 놓고 기도하고 수행한다면 그 수행은 큰 결실을 기대할 수 없다.

수행의 근본은 생명의 본성에 대한 자각과 우주의 실상을 먼저 통찰하여야 한다.

불자들이 “성불하십시오” 라고 인사하는 것은 “미래에 부처가 되십시오” 하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당신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라는 일깨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