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아함경(中阿含經, Madhyamagama)』은 60권으로 되어 있는 경으로, 불교의 근본 교리가 이론화되는 초급 경전 구실을 하고 있다. ‘중아함(中阿含)’이란 본래 중간쯤 되는 길이의 설교를 모았다는 뜻으로 ‘장아함(長阿含)’처럼 길지도 않고 ‘소경(小經)’처럼 짧지도 않은 중간의 경이란 뜻이다.
이 경의 중요 내용은 그 교의가 4제(四諦) 12인연(十二因緣) 등이며 그 외 많은 인연 비유가 설해져 있다. 다소 지리한 교설이 거듭 설해지고 있지만 수도자의 언행에 대한 것과 소승의 불타관을 명시해 놓은 전형적인 경이기도 하다. 불교의 근본 교리 중 가장 중요한 교의로서 불교의 인생관, 생활관 그리고 수행자의 수도관을 명시해 놓은 것이 사성제 법문이다. 다시 말해면 불교 교리의 핵심인 이 사성제(四聖諦)는 『중아함경』에 설해진 부처나 말씀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여 모든 불교 경전에 공통으로 설해지고 있다.
네 가지의 거룩한 진리라는 뜻인 사성제(四聖諦, Cat?ri-?ryasatyvni)는 고성제(苦聖諦), 집성제(集聖諦), 멸성제(滅聖諦), 도성제(道聖諦)이다. 불교의 관점은 인생을 괴로움이라 보는 데서 시작된다. 괴로움을 직시하고 이 괴로움을 해결하려는 것이 불교이다.
고(苦)란 범어로 ‘Dubkha’라는 말을 번역한 것인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드는 것을 말하며, 현대적 개념으로 불안·초조·갈등 따위가 모두 고(苦)의 개념 속에 포함된다. 불교는 인생의 시작에서 끝까지가 고통이라고 설명한다. 태어나는 것에서부터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고통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끼리의 관계와 세상의 갖가지 경계에서 고통을 당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애별리고(愛別離苦)라는 것이 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느끼는 고통을 말하며 반대로 원증회고(怨憎會苦)는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괴로움이다. 사람에게서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경에서 볼 때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게 되면 괴로워지는 법이요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당하게 되면 또한 괴로워지는 것이다.
원하는 바 자기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것 또한 고통이다. 이것을 구하여도 얻지 못하는 고통이라 하여 구불득고(求不得苦)라 한다. 또 사람의 몸 육체의 생리적 욕구 때문에 우리는 괴로움을 당하는데 이것을 오음성고(五陰盛苦)라 한다. 오음(五陰)이란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 곧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이다. 육체란 의식주를 필요로 하며 이것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생리적으로 고통을 당한다. 배고픔이나 목마름 또 추위나 더위로 인해 육체가 겪는 고통은 모두 오음성고(五陰盛苦)이다.
고(苦) 자체의 성질을 나누어 설명하는 고고(苦苦)·행고(行苦)·괴고(壞苦)의 삼고(三苦) 설명도 있다. 고고(苦苦)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외부의 조건에서 오는 고통이다. 날씨가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것은 사람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환경으로부터 오는 조건에서 당하게 되는 고통이다. 행고(行苦)란 변화되어 달라져 버리는 데서 오는 고통이다. 모든 것은 무상한 것이기 때문에 현상의 모습에서 볼 때 본래대로 존속되는 것은 없다. 사람이 늙는다는 것도 하나의 행고(行苦)에 해당된다. 괴고(壞苦)의 괴(壞)자는 ‘파괴된다, 부서진다’는 뜻이다. 좋았던 일이 끝장났을 때 아쉽고 허전해진다. 부서진다는 것은 사람을 슬프게 하는 것이요 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는 것은 크나큰 괴로움이다. 이것이 괴고(壞苦)이다. ‘모든 것은 괴로움이다.’라는 말이 있다. 삼법인(三法印) 또는 사법(四法)에서 설해지고 있는 말로 일체개고(一切皆苦)라 하는 것은 인생과 세상을 고통으로 보는 불교의 관점이다.
『아함경』에서 설해지는 대의(大義) 중 가장 중요한 네 가지 말씀이 있는데 그것은 고(苦, dubkha), 무상(無常, anitya), 공(空, ??nya), 무아(無我, an?tman)이다. 괴로움과 덧없음 그리고 실체 없는 헛된 것과 ‘나’라는 것이 없다는 이 네 가지 말씀이 바로 『아함경』 전체에 설해져 있는 부처님이 가장 자주 말씀하신 대표적인 말씀이다. 이것을 설해 놓은 것이 부처님이요 이것을 설하지 아니하면 부처님 법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비구여, 너는 저 일체의 모든 것이 멸하여 없어지는 것을 본다. 비구여 네 뜻엔 어떠하느냐? 색(色은) 항상한 것인가? 덧없는 것인가?”
“덧없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덧없는 것이라면 이것은 괴로움인가? 괴로움이 아닌가?”
“괴로움입니다.”
이러한 대화 속에 고(苦)를 설하고, 이 고(苦)가 무상(無常)과 연결되어 설해지고 있다. 고는 인간과 그 주변의 현실 경계가 무상한 것은 괴로운 것임을 결과적으로 결론지어 놓은 것이다. 인생은 괴로운 것이다. 세상은 무상한 것이다. 이 정의를 내리고 다음에 고(苦)의 원인을 찾아낸 것이 집성제(集聖諦)이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3년 1월 (제2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