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시 인근에 있는 도요타시에 있는 도요타자동차 회사의 ‘모토마치(本町)’에 걸려있는 창사 이념은 “좋은 생각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라고 되어 있다. 1953년 창사 이후 반세기 동안 단 한번도 분규가 없을 정도로 잘 다져진 노사문화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품질향상을 이루어 미국의 자동차 ‘빅3’를 제치고 세계적 기업이 된 ‘도요타’다.
도요타는 일본 기업 최초로 유일하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에서 최고 신용등급인‘트리플A’를 받았다. ’트리플A(Aaa)’는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을 정도로 신용상태가 좋은 기업에게만 주어지는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다. 일본 국내는 물론 2009년 현재 해외에만 53개의 공장을 보유하고 연간 총 자동차 생산대수는 무려 1천만 대에 이른다.
이처럼 확실한 신용과 고장 없는 자동차로 인식되어온 최고 품질의 대명사인 도요타가 부품 결함으로 1천만 대에 가까운 리콜로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사장은 미국 의회의 청문회에 불려나가고 일부 공장에선 생산이 중단되어 있다고 한다.
정확한 원인이야 점차 밝혀지겠지만 현재까지의 추정으로는 지금까지는 글로벌 표준보다 일본적 표준을 고집해 온 일본식의 경영전략은 폐쇄적 한계와 창조적 파괴를 통한 혁신이 정체되어 세계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한계를 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유력해 보인다. 또한 2007년 이후 미국의 보험회사 ‘스테이트 팜(State Farm)’이 도요타의 가속페달 안전문제를 미연방안전당국에 알리는 등 밖으로부터 계속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점과, 회사 내부에서도 판매를 담당하는 ‘자판(自販)’ – 도요타는 차를 판매하는 ‘자판’과 차를 만드는 ‘자공(自工)’으로 크게 나누어져 있음- 쪽에서 급격한 생산확대로 품질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을 하였지만 경영진에서 이를 묵살하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 세계를 향한 과도한 확장경영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공급망 관리에 대한 감독 소홀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뿐만 아니라 한 언론인은 도요타 사태는 ‘예스 맨(Yes man)’의 언론이 일으켰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였다. ‘산업계의 자만심과 오만의 결과’와 함께 ‘예스 맨(yes man)의 언론이 각종 개혁의 물꼬를 막아왔다’면서 ‘광고의 포로가 된 언론에서 비판정신이 실종된 결과’라고 진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많은 원인들이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높은 판매와 소비자의 절대적 신뢰를 혁신으로 이끌지 못하고 안일한 경영에 빠져 위기상황을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급속하게 성장한 글로벌 1등 기업인 도요타는 수없이 제기된 문제를 소비자 관점보다 생산자 관점에서 해결하려는 등 근본적 해결책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이제 도요타 사태로 한국의 자동차 업계가 얼마간은 반사이익을 얻겠지만 한국 자동차 제작능력이 도요타를 앞섰다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겼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남의 실수나 부족이 나의 발전도 아니며, 우리의 능력 개발과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여전히 우리는 기초과학 분야의 취약성을 안고 있으며, 기업의 부정직과 비양심이 도처에 산재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대충 대충의 관습과 빨리빨리의 습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고, 지난 한해동안 14만대의 국산 자동차가 리콜된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금 우리가 도요타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음에는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판매확대 등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품질경영에 대한 압력이 거세져서 비용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아울러 수요자 중심의 고객 지향적 전략을 수립하고, 무엇보다 위기관리 능력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 공격적 경영을 하고 있는 우리 자동차 업계도 신중한 확장경영과 비용절감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수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주력해야 할 것이다.
김형춘 교수님 글. 월간 반야 2010년 3월 1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