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처님 경전 가운데 가장 원형이 되는 경이 『아함경(阿含經)』이다. 부처님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과 수행가풍의 면모를 어느 정도 사실적으로 엿볼 수 있는 경은 역시 『아함경』이 으뜸이다. 흔히 이 경을 소승경전(小乘經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모든 대승경전의 근거가 되는 원전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교의 근본 교리가 이 경을 중심으로 설해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 천태의 5시설에서 말하듯이 부처님이 성도한 이후 8년간 설했다는 초기 설법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전이다. 5시설이란 부처님 일대 시교(時敎) 곧 평생 동안 하신 설법의 그 시기를 다섯으로 나누어 분류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아함시(阿含時), 방등시(方等時), 반야시(般若時), 법화시(法華時), 화엄시(華嚴時) 이렇게 대표적인 경전 이름을 들어 그 설법한 순서와 시기를 설명한다.
‘아함’이란 말은 범어 아가마(?gama)라는 말을 소리나는 대로 옮긴 말로 뜻을 번역하면 법을 전한다는 ‘전교(傳敎)’의 뜻이 된다. 처음 경을 결집할 때 대가섭의 물음에 대하여 아난이 대답한 것을 대중들이 다시 외워서 완성한 것을 부처님의 설법이라 하여 전해 왔다는 뜻이다. 어느 경전보다도 사실의 구체성이 밝혀진 경이므로 원시불교 시대의 정치·경제·문화·종교의 상태와 철학적 사상의 배경을 알아볼 수 있고 그 배경 속에 부처님의 해탈도(解脫道)가 어떻게 설해졌나를 알아볼 수 있는 경이다.
부처님의 해탈도라 말했지만 불교의 목적이 깨달음인데 그 깨달은 경지를 동적으로 말할 때는 해탈(解脫, mok?a)이라 하고, 정적으로 말할 때는 열반(涅槃, nirv??a)이라 한다. 해탈이란 속박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요 열반이란 고요히 평화스러운 상태가 되었다는 뜻이다. 다시 보충해 말하자면 해탈이란 나고 죽는 생사운명(生死運命)에서 벗어났다는 뜻이고, 열반이란 번뇌를 일으키는 욕망·망상 따위가 완전히 쉬어졌다는 뜻이다. 현대적인 개념으로 말하면 자유와 평화라는 뜻이 된다. 자유와 평화는 이 세상[此岸] 저 세상[彼岸]의 목표이다.
『아함경』에는 주로 해탈의 방법을 구체적인 수행 방법으로 제시하면서 설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아함경』은 다시 한역 경전에서도 네 가지가 있고 팔리 어 본(本)인 남전 계통에서는 五部[5Nik?ya]로 다섯 종류가 있다. 이른바 『장아함(長阿含經)』, 『중아함(中阿含經)』, 『잡아함(雜阿含經)』, 『증일아함(增一阿含經)』은 한역의 ‘4아함’이고 『장부(長部)』, 『중부(中部)』, 『상응부(相應部)』, 『증지부(增支部)』, 『소부(小部)』는 남전장경 팔리 어 본의 ‘5니가야’이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2년 11월 (제2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