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을 보내며

지난 10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고 국민보고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허창수 회장은 ‘2030 한국경제비전’으로 국내총생산(GDP) 5조 달러, 1인당 국민소득 10만 달러,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된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지금부터 20년 후엔 풍요롭고 안정된 삶,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생활, 건강한 국민과 안정된 나라, 스스로 일어서도록 돕는 사회, 약자에게 따뜻한 세상, 자발적인 나눔 문화가 이루어지고 차별 없는 열린 국가에서 우리는 살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엔 극복해야할 과제도 만만찮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문제나 지금 우리사회가 한창 처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분열문제, 기업의 활력 저하나 중국 등 신흥국의 추격에 따른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해결만 한다면 결코 이 목표가 허황된 것이 아니라고 했다.

여기엔 지금까지의 ‘추격자’ 방식에서 새로운 성장모델과 기술을 개발하는 ‘선도자’가 되어야 하며, 경제 인프라를 확충하고 산업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자본 축적 및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등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과는 달리 같은 시기에 미국 뉴욕 금융가의 중심인 월스트리트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가 시작되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물론 이들의 투쟁 대상은 금융자본의 탐욕과 부패라고 한다. 이른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위험한 파생상품을 다투어 개발하는 등 월가의 과도한 경쟁과 탐욕, 그리고 부패가 세계적 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는 것이다.

미국 내 상위 1%의 부자가 전체 소득의 20%를 가져간다고 한다. 이 상위 1%에 의해 운용되는 금융자본주의가 일명 ‘신자유주의’라고 불리는 글로벌경제시스템으로 철저한 시장원리를 도입하여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이윤 추구를 보장받는 제도로 자본시장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해 온 것이다. 이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극단적 폐해가 ‘이익의 사유화(私有化)와 손실의 사회화(社會化)’인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몇 번의 클릭으로 지구촌 곳곳에 있는 기업의 주식을 사고팔면서 금융상품 가격을 초(秒)단위로 조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익을 얻으면 개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고, 어쩌다 크게 손실이 나서 나 몰라라 넘어지면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고스란히 그 손해는 국민이, 사회가 부담하는 것이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대의 구호 중에는 자본주의의 상처를 치유할 대안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자본주의와 혁명이 필요하다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으니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이 시위가 우리나라의 대도시에까지 들어왔으니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도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니 걱정이다.

이러한 국제적 상황에서 세모를 맞는 우리나라도 정치, 경제, 사회 등 여러 방면에서 편안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기존의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에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껏 한국의 정당정치는 지역주의와 이념이라는 분열과 대립의 고질적인 구조 위에서 그 존립이 가능했지만 급기야 탈정치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그 징후를 보인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영호남 어느 한쪽의 지역주의가 아니면, 진보와 보수 둘 중 하나의 막다른 이념의 선택을 강요당해 왔다. 최악(最惡)을 막기 위해 차악(次惡)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국민이 새해 2012년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 지 지금부터 고민이다. 아니면 제3의 선택 방법이 나타날 것인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강대국 미국과 중국도 내년엔 대통령 선거와 제5세대 지도부 출범에 따른 권력이양이 예고되어 있다. 우리의 에너지자원이 주로 기대고 있는 중동지역 사막의 민주화 바람에다 러시아와 프랑스, 인도, 터키, 멕시코, 대만 등에서도 대통령 선거와 총통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격랑이 예상되는 지구촌에서 ‘대한민국호’는 2012년을 어떻게 항해할 것인가. 우리 국민의 안전한 보호막은 확실히 준비되어 있는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김형춘 창원문성대학 교수, 문학박사, 월간 반야 2011년 12월 1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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