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祖出世(불조출세)가 無風起浪(무풍기랑)이로다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온 것은 바람 없는 바다에 물결이 일어난 것이다.
선(禪)의 기백은 나와 불조를 똑같은 동격으로 보는 데 있다. 물론 중생이 부처님에 의해 교화제도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내가 지닌 각성 그 자체에서 볼 때 나는 제도 받을 대상이 아니다. 한 물건을 가진 존재로서는 이 세상 모두가 똑같아 차별이 없다.
바람 없는데 파도가 일어났다는 것은 공연히 엉뚱한 일이 벌어졌다는 뜻이다. 본래 부처인데 부처가 되려고 하는 것은 남대문에서 서울을 가려는 것과 같다. 이미 서울에 왔는데도 서울인 줄 모르고 다른 데로 가려고 하는 어리석음이라는 뜻이다.
연지 찍고 분 바른다는 것은 얼굴에 화장한다는 뜻으로 본래면목은 꾸밀 필요가 없는 원만한 그대로의 모습이라 남에 의해 고쳐지거나 바꾸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것이 미오(迷悟)에 관계없는 개개인이 본래 지닌 불성, 바로 본분(本分)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