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특성은 여러 가지로 설명되지만 무엇보다도 종교적 정서가 명상적이고 사색적이고 정적(靜的)인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신을 전제하지 않는 인본주의(人本主義)의 종교로 서양의 유일신을 내세우는 신본주의(神本主義)와 사뭇 대조적인 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조인 석가모니의 생애에서 보여지듯이 인간의 내면세계를 밝혀 가는 수행의 과정이 맹목적인 신념이 아닌 끝없는 자기 성찰과 반조(返照)에서 오는 명상적 색채를 지니고 있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룸비니 동산 숲 속의 무우수란 나무 밑에서 태어나고 보리수 아래서 성도하며 녹야원이라는 사슴이 서식하던 동산의 숲 속에서 설법을 시작하고 마지막으로 쿠시나가라의 사라수 밑에서 열반에 드십니다.
나무 밑에서 태어났다가 나무 밑에서 깨달음을 이루고 나무 밑에서 설법을 하다가 나무 밑에서 돌아갑니다. 이렇기 때문에 한 마디로 불교의 정서는 나무 밑의 사색이고 숲속의 명상입니다. 어느 명상가가 종교에 귀의하는 것은 숲 속의 오솔길을 찾는 마음이라 하였습니다.
또 불교의 수학(修學)을 세 가지 면으로 나누어 불교 전체를 설명하는 용어에 삼학(三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계(戒)·정(定)·혜(慧)의 세 가지를 닦고 배워서 부처가 되는 길을 말하는 것입니다. 계(戒)는 계율을 말하고 정(定)은 마음을 맑고 고요하게 가지는 선정(禪定)을 말하며 혜(慧)는 지혜를 말하는 것입니다.
계율은 수행에 임하는 몸가짐과 마음가짐에 대한 행동윤리로 도덕적 선(善)을 전제로 하는 고차원적인 불교 윤리입니다.
선정은 정신의 통일된 상태로 의식의 분열이 없어져 안정과 평화가 유지되는 정중(正中)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혜는 밝고 슬기로운 예지의 빛이 나오는 수행된 마음의 지성입니다. 이 삼학을 다시 일반적인 개념으로 대비해 말하면 윤리와 신앙과 철학입니다.
따라서 불교는 윤리와 신앙과 철학이 삼위일체로 조화된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지안스님 강의. 월간반야 2001년 1월 (제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