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명색(名色 namarupa)
명색이란 정신과 물질을 함께 지칭하는 합성어입니다. 명(名)은 오온(五蘊) 가운데 색(色)을 제외한 수(受)·상(想)·행(行)·식(識)을 형성하는 인자(因子)라 할 수 있는 것이고 색(色)은 곧 물질을 이루는 요소인 지(地)·수(水)·화(火)·풍(風)의 사대(四大)로 구성된 객관 경계에 나타나는 물질적 현상입니다. 때로는 육체 와 정신의 양면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식에 의해서 명색이 있게 된다는 것은 거울이 있으니 거울에 물체가 비쳐진다는 논리와 같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 있음으로 인식의 대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주관과 객관의 관계설정에 있어 주관이 먼저 서는 차례를 보이는 것입니다. 식이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명색이 있어야 하며 명색은 식을 조건으로 해서 연기되어진다는 것입니다.
⑤ 육입(六入 sadayatana)
육입이란 눈(眼)·귀(耳)·코(鼻)·혀(舌)·몸(身)·마음(意)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을 통하여 객관 경계를 인식하면서 주객(主客)이 대응하는 영역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육입이 명색을 조건으로 해서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인간이 태어나는 과정에서 볼 때 식이 탁태되어 태아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직 눈, 귀, 코 등의 근(根)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상태를 명색이라 하고 육근이 갖추어진 상태를 육입이라 한 재래적인 해석방식이 있기는 하지만 외계의 사물을 인식하는 차원에서 보면 명색은 인식의 대상인 경계라 할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 있어서는 식과 명색과 육입은 동시에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 것들이 됩니다.
⑥ 촉(觸 sparsa)
촉(觸)이란 신체의 기관을 통해서 외부의 객관 경계를 느끼는 지적(知的)인 힘을 말합니다. 감각을 느끼는 자체가 촉인 것입니다. 이 역시 육입을 조건으로 해서 일어나는데 엄격히 말하면 식(識)과. 명색(名色)과 육입(六入)이 동시에 함께 함으로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다만 인간의 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볼 때 육입이 갖춰지고 난 뒤에 촉(觸)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시각(視覺)이나 청각(聽覺)등이 일어나는 상태가 촉으로 육입이 있으므로 육촉이 되는 것입니다.
⑦ 수(受 vedana)
수(受)란 외부의 경계로부터 느낌을 받는 감수(感受)작용을 말하는 것입니다. 즐거운 감정(樂受)과 괴로운 감정(苦受) 그리고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감정(不苦不樂受)의 세 가지가 모두 객관 경계로부터 우리들의 마음에 와 닿는 느낌입니다. 마치 거울에 물체의 모양이 투영되어 거울 면에 허상이 나타나는 것처럼 사물을 대할 때 먼저 감수를 통한 인상(印象)이 우리들의 마음속에 각인(刻印)되는 것입니다. 육근(六根)의 감각기관과 그 대상인 육진(六塵)과 인식작용이 함께 만나면 촉이 일어나면서 동시에 감정의 느낌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앞의 지(支)인 촉(觸)에 의해서 객관의 경계가 우리의 마음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인 것입니다.
⑧ 애(愛 trsna)
애(愛)란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마시고 싶어하듯 무엇을 하고 싶은 욕망이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애욕(愛慾)을 갈애(渴愛)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마음에 드는 것을 만나면 애착심(愛着心)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는 싫은 것을 만나면 증오심(憎惡心)이 생기는데 이 모두가 애(愛)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 애(愛)는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해 있는 본능적 욕구이기도 합니다. 오욕락(五慾樂)인 이성간의 성적인 욕구와 음식에 대한 욕구, 수면에 대한 욕구, 재물에 대한 욕구 명예에 대한 욕구가 모두 애(愛)인 것입니다. 고(苦)·낙(樂)등의 감수작용이 심해질수록 거기서 일어나는 애착심 증오심도 강해지면서 다음 지(支)인 취(取)의 집착이 애를 통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1년 7월 (제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