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
생사열반상공화(生死涅槃常共和)
처음 발심할 때에 바로 깨달음을 이루며
생사와 열반이 항상 함께 하네.
이 대목은 수도(修道)의 단계에 의해 법을 분별하는 내용이다.
일체의 법에는 자성이 없다. 다시 말하면 스스로의 고유성을 지니는 어떤 것도 없다는 것으로, 이것이 화엄철학의 요지이다. 이것은 모든 시간적 상황과 공간적 상황의 한계를 벗어버린 원융무애(圓融無碍)한 법성의 입각하여 하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간의 선후(先後)나 공간의 원근(遠近)이 모두 한 점에서 만난다. 또한 인과가 동시에 갖추어지며, 상대적 차별은 하나 속에 합쳐지는 것이다.
처음 발심할 때는 수도의 시작이며, 정각은 완성된 결과로, 이것이 동시라는 것이요, 생사의 경계에서 발심하여 정각을 이루면 열반은 얻게 되는 것인데, 이는 수행의 시작과 끝의 선후가 상대적으로 있는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생사에 처하면서 열반에 머물며, 열반에 머물면서 ㅅ애사에 노니는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자성이 없는 이치에서 보면 생사도 공(空)한 것이요 열반도 공(空)한 것으로, 생사와 열반의 정체가 같다는 것이며, 동일한 선상에서 함께 공존한 다는 것이다.
고래(古來)의 해석에서 무엇이 생사이며 무엇이 열반이냐 물어 놓고, 생사도 너의 몸이요 열반도 너의 몸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즉 어떠한 개념으로 조립된 대상으로서의 생사나 열반이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으로, 이것은 대승의 중요한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생사를 버리고 열반을 구하는 취사선택적인 수행이 소승이라면, 대승은 모든 것을 회통하여 하나로 보는 수행의 가풍을 가지고 있다. 생사의 열반이 하나인 것이 대승이 된다는 말이다.
요산 지안 큰스님글. 월간반야 2007년 9월 제8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