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大藏經)을 줄여서 ‘장경(藏經)’이라고도 하는데 이 장경(藏經)이 어떤 언어로써 성문화되었느냐에 따라서 그 종류가 나누어진다.
① 팔리어 장경(巴利語 藏經)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는 많은 민족이 공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언어의 종류가 많은 곳이다. 그 중에 문법 체계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팔리어(Pali)와 범어(梵語, Sanskrit)이다. 부처님 자신이 사용하였던 언어는 마가다(Magadha)어 혹은 프라크리트(Prakrit)어였다고도 하는데 부처님의 입멸 후 경전이 결집될 때 처음 사용되었던 언어가 팔리어(巴利語, Pali)였다. 그리하여 팔리어 장경이 먼저 완성된다. 팔리어란 인도 고대 사회의 서민들이 쓰던 언어인데 이 언어로 편찬된 경을 팔리어 장경이라 부르며 현재 스리랑카(Sri Lanka), 타이(Thailand), 미얀마(Myanmar) 등 남방의 여러 나라에 전해지는 경전이다. 남방에 전해진 경이라 하여 남전장경(南傳藏經)이라고도 한다.
팔리어 경전은 보통 5부로 되어 있다고 하는데 장부(長部)·중부(中部)·상응부(相應部)·증지부(增支部)·소부(小部)이다. 이 5부 중 장부(長部), 중부(中部), 상응부(相應部), 증지부(增支部)는 한역 경전 4아함(四阿含)의 과거의 것과 비슷한 내용이다.
② 범어 장경(梵語 藏經)
팔리어 경전에 이어 범어 경전이 이루어진 것은 인도 카니슈카왕 때 카슈밀 지방에서였다. 불교경전편찬회의에서 범어를 불교 성전어로 한다는 결의를 하고 이어 범본(梵本) 경전을 편찬한 것이다. 범어는 팔리어와는 달리 인도의 상류층이 사용하던 언어인데 이 범본 경전이 중국으로 전해져 나중에 한역 경전의 번역 시에 대본이 된다.
③ 서장어 장경(西藏語 藏經)
불교가 북쪽으로 전해져 중국에 오기까지 티베트를 경유하게 되었는데 티베트에서도 불경을 번역하여 장경을 완성하였다. 대략 7세기 전반에 송첸감포(srong-btsan sgam-po, 松贊干布, 617년∼650년)라는 티베트의 왕이 승려를 인도에 파견하여 인도 어문을 배워 오게 해서 역경사업(譯經事業)을 벌렸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범어를 번역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든 티베트어로 번역하였기 때문에 준범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한다.
④ 한역 장경(漢譯 藏經)
중국은 한무제(漢武帝) 이래 여러 차례 인도와 문화교류를 하여 오다가 4세기경 동진 때부터 왕조의 뒷받침으로 여러 차례 대대적인 역경 사업이 추진되었다. 인도에서 건너 온 승려들이 중국에 남아 많은 역경 사업에 종사하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구마라집(鳩摩羅什, Kum?raj?va)이나 진제(眞諦, Param?rtha) 삼장(三藏) 같은 사람이며, 당나라 때의 현장(玄裝) 삼장은 불세출의 역경가였다. 이들의 공로로 한역 장경이 완비되었고, 송나라 때에 와서는 경판으로 새겨져 『관판대장경(官版大藏經)』 또는 『개보판대장경(開寶版大藏經)』이라는 훌륭한 문화유산이 남겨지기도 하였다.
이상과 같이 팔리어 장경, 범어 장경, 티베트어 장경, 한역 장경으로 경전이 나라에 따라 유통되다가 현대에 와서는 서양의 영어나 일본어, 또 우리나라의 경우 한역을 한글로 번역한 우리말 경전 등 여러 종류의 경전이 있게 되었다.
한역 대장경 중 우리나라의 『고려대장경』의 우수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같은 한문권인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장경 중 단연 백미라 할 수 있는 찬란한 문화유산이다. 중국에서는 역대 왕조 중 북송 때부터 목판대장경을 조성하여 북송판 금판을 위시해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 때 만들어진 장경들이 산재하여 전해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불교의 학문적 연구가 활발해 활자(活字)로 간행된 『신수대장경(新修大藏經)』이란 장경이 1900년대에 들어와 편찬되어 현재 가장 많은 양을 수록하고 있다.
불경의 양(量)은 얼마나 되는가?
삼장(三藏)을 합한 불전의 양은 실로 엄청나게 많다. 타종교의 전적(典籍)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전적을 가지고 있는 종교가 불교이다. 흔히 우리는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또 부처님 설법 전체를 ‘팔만 사천 법문’이라 하기도 한다. 여기서 ‘팔만 사천’은 인도 사람들이 곧잘 써서 나타내는 ‘대수’ 혹은 ‘만수’의 의미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 많다는 수치를 8만 4천으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장경에 수록된 경전의 양은 얼마나 될까? 장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 『고려대장경』의 경우 목판의 판수가 81,258장이다. 그리고 경전의 종류별인 부수가 1,514부이며 권수(卷數)로 되어 있는 수효는 모두 6,805권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1,514종류의 경전 6,805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일본에서 근대에 와서 활자로 편찬한 『신수대장경』의 경우 2,236부의 경 종류에 9,006권이나 된다. 물론 이러한 숫자 안에는 불교에 관한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책과 각 나라의 고승전 같은 것도 포함되어 있다. 『신수대장경』의 경우 우리나라의 『삼국유사』나 『해동고승전』 등도 사전부(史傳部)에 수록되어 있다.
지안스님강의. 월간반야 2002년 8월 (제2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