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이 먼 길을 떠나기 전에 하인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문을 잘 지키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펴라.”
주인이 떠난 뒤 이웃집에서 풍류놀이를 하는 자가 있었다.
하인은 그것을 보고 싶어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밧줄로 문을 매어 나귀등에 얹고 놀이터로 가서 그 풍류를 즐겼다.
하인이 나간 뒤에 도적이 와서 집안의 재물을 모두 훔쳐 가 버렸다.
주인이 돌아와 하인에게 물었다.
“재물은 모두 어쨌느냐?”
하인은 대답하였다.
“어르신께서는 아까 저에게 문과 나귀와 밧줄을 부탁하셨습니다. 그 밖에는 제가 알 바가 아닙니다.”
주인은 다시 말하였다.
“너를 남겨 두고 문을 지키라 한 것은 바로 재물 때문인데, 재물을 모두 잃었으니 문은 어디에 쓸 것인가.”
어리석은 사람이 애욕의 종이 되는 것도 이와 같다.
부처님은 항상 ‘여서 가지 감관의 문을 잘 단속하고 여섯 가지 경계에 집착하지 말며, 애욕의 밧줄을 잘 보라’고 훈계하셨다.
그런데 비구들은 부처님의 교훈을 받들지 않고 이양(利養)을 탐하여 구하고, 거짓으로 청렴한 체하며 고요한 곳에 앉아 있다. 그러나 마음은 흐르고 달리며 다섯 가지 쾌락에 탐착한다.
즉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에 홀리고 어지럽혀 무명(無明)은 마음을 덮고 애욕의 밧줄을 얽고 묶는다. 그리하여 바른 생각과 깨달음의 뜻인 도품(道品)의 재물을 모두 잃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