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나무통에게 화낸 어리석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목이 말라 나무통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실컷 그 물을 마셨다.

물을 실컷 마시고는 손을 들고 나무통에 말하였다.

“이제 나는 실컷 마셨으니 물아, 다시 나오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였으나 물은 여전히 흘러나왔다. 그는 화를 내며 다시 말하였다.

“이제 싫도록 마셨으니 다시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여전히 나오는가.”

어떤 사람이 그에게 말했다.

“너는 참으로 어리석어 지혜가 없구나. 왜 네가 떠나지 않고 물을 나오지 말라고 하느냐.”

그리고는 곧 그를 다른 곳으로 끌어다 놓고 떠나 버렸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생사의 애욕 때문에 다섯 가지 쾌락의 짠물을 마시다가 이미 다섯 가지 쾌락에 염증이 생기면 저 물을 실컷 마신 사람처럼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 빛깔과 소리와 냄새와 맛있는 것은 나는 다시 필요 없다.”

그러나 그 다섯 가지 쾌락은 계속해 와서 끊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보고 화를 내어 말한다.

“너는 빨리 사라져 다시 생기지 말라고 하였는데 왜 와서 내가 보게 하느냐.”

그때 어떤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그것을 떠나려고 하거든 마땅히 너의 여섯 가지 정(情)을 거두고, 그 마음을 닦아 망상을 내지 않으면 곧 해탈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구태여 그것을 보지 않음으로써만이 그것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 하는가.”

그것은 마치 물을 마신 어리석은 사람과 다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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