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말라 버린 소젖

옛날 어떤 사람이 하루는 손님을 청하여 소의 젖을 모아 대접하려 생각하였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날마다 미리 소젖을 짜 두면 소젖은 점점 많아져 둘 곳이 없을 것이다. 또한 맛도 변해 못 쓰게 될 것이다. 그보다는 소젖을 소 뱃속에 그대로 모아 두었다가 필요한 때에 한꺼번에 짜는 것이 낫겠다.’

그리고는 곧 어미 소와 새끼소를 따로 떼어 두었다.

한 달이 지난 후 손님을 초대하였다. 잔치를 베풀고 소를 끌고 와서 젖을 짜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 소의 젖은 어찌된 일인지 말라 없어져 버렸다.

그러자 손님들은 성을 내거나 혹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도 이와 같아서, ‘내게 재물이 많이 쌓인 뒤에 한꺼번에 보시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재물을 모으기도 전에 수재나 화재, 혹은 도적을 당하거나 혹은 갑자기 목숨을 마치는 때도 있다.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보시하지 못한다. 그도 저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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