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7장 선가의 거울
- 화두의 열 가지 병
화두는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맞히려 하지도 말고, 생각으로 헤아리지도 말며, 또한 깨닫기를 기다리지도 말아라. 더 생각할 수 없는 곳까지 나아가 생각하면, 마음이 더 갈 곳이 없어서 마치 늙은 쥐가 쇠뿔 속으로 들어가다가 잡히듯 할 것이다. 이런가 저런가 따지고 맞혀 보는 것이 식정이며, 생사를 따라 굴러다니는 것이 식정이며, 무서워하고 갈팡질팡하는 것도 또한 식정이다. 요즘 사람들은 이 병통을 알지 못하고 다만 이 속에서 빠졌다 솟았다 하고 있을 뿐이다. 화두를 참구하는 데에 열 가지 병이 있다. 분별로써 헤아리는 것, 눈썹을 오르내리고 눈을 끔적거리기를 그치지 않는 것, 말길에서 살림살이를 짓는 것, 글에서 끌어다 증거를 삼으려는 것, 들어 일으키는 곳에서 알아맞히려는 것,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리고 일없는 곳에 들어앉아 있는 것, 있다는 것이나 없다는 것으로 아는 것, 참으로 없다는 것으로 아는 것, 도리가 그렇거니 하고 알음알이를 짓는 것, 조급하게 깨치기를 기다리는 것들이다. 이 열 가지 병을 떠나 화두에만 정신차려 ‘무슨 뜻일까?’ 하고 의심할 일이다.
이 일은 마치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게 덤벼드는 것과 같아서, 함부로 주둥이를 댈 수 없는 곳에 목숨을 떼어놓고 한번 뚫어 보면 몸뚱이째 들어갈 것이다. 공부는 거문고 줄을 고르듯 하여 팽팽하고 느슨함이 알맞아야 한다. 너무 애쓰면 병나기 쉽고, 잊어버리면 무명에 떨어지게 된다. 성성하고 역력하게 하면서도 차근차근 끊임없이 해야 한다. 거문고 타는 사람이 말하기를, 그 줄의 느슨하고 팽팽함이 알맞아야 아름다운 소리가 제대로 난다고 했다. 공부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조급히 하면 혈기를 올리게 될 것이고, 잊어버리면 흐리멍덩하게 된다. 느리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게 되면 오묘한 이치가 그 속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