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6장 상단 법어
- 주리면 먹고 고단하면 잔다
스님은 법상에 올라가 이렇게 설법했다.
“검소한 데서 사치스런 데로 들어가기는 쉬워도, 사치한 데서 검소한 데로 나오기는 어렵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생각생각에 부처가 나타나고 걸음걸음에 미륵 보살이 탄생하며, 물건마다 일마다 티끌 같은 세계를 두루 나타내고, 말마다 글귀마다 대장경의 부처님 말씀을 완전히 펼친다 할지라도 이것은 대수롭지 않은 예삿일이니, 거기서 무엇을 드러내려고 해서는 안된다. 배고프면 밥 먹고 목마르면 물 마시며, 한가로우면 앉아 있고 고단하면 잠을 잔다. 불법이니 몸이니 마음이니 하는 생각이 전연 없고 태평스러운 풍월에도 상관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경지인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도 방망이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하고 주장자를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