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3장 본원 청정심
- 본원 청정심
이 법은 곧 마음이므로 마음 밖에 없으며, 이 마음은 곧 법이므로 법 밖에 마음이 없다. 마음은 스스로 무심하여 다시 무심한 것도 없으니, 만약 마음으로 무심코자 한다면 도리어 유심이 될 것이다. 이 도리는 모든 생각과 헤아림이 끊어졌으므로 언어로 표현할 수 없으며 마음으로 생각할 수도 없다. 이 마음이 본래 청정한 부처이므로 사람마다 다 있는 것이다. 고물거리는 미물 중생으로부터 불보살에 이르기까지 본래 한 몸이요 다를 것이 없는데, 망상으로 분별하기 때문에 가지가지로 업을 짓고 과보를 받게 된다. 비록 업을 짓고 과보를 받으나 본불밖에는 한 물건도 없으니, 텅 비어 일체에 통하며 또 고요하여 밝고 미묘하고 안락할 뿐이다. 스스로 깊이 깨달아 들어가면 바로 그 자리이니 다시 더 한 물건이라도 보태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이르러 이제까지 지내온 여러 겁 동안의 많은 수행을 돌이켜 보면 모두 꿈속의 헛된 장난임을 알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내가 무상정각에서 실로 얻은 것이 없으니 만약 얻은 것이 있었다면 연등불께서 내게 수기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 하셨으며, 또 말씀하시기를 ‘이 법이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으며 이것을 이름하여 무상 정각이라 한다. ’ 고 하셨다. 이와 같이 보면 이 본원 청정심이 중생이나 부처님이나 두루 평등하여 너와 내가 없이 항상 스스로 밝아 널리 비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마에 구슬이 박힌 힘센 장사가 자기에게 구슬이 박힌 것을 모르고 밖으로만 찾아 두루 다녀도 얻지 못하다가, 지혜 있는 사람이 이마에 구슬이 박힌 것을 가르쳐 주면 당장에 구슬을 찾는다. 수행인이 자기 본심이 부처임을 알지 못하고 밖을 향해 찾아다니면서 갖가지 공을 닦아 점차로 깨닫고자 하지만, 만 겁을 지내어도 영영 도는 이루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