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조사어록
제1장 마음 닦는 법
- 돈오와 점수
“돈오와 점수 두 문이 모든 성인의 길이라 말씀하셨는데, 깨달음이 이미 단박 깨달음이었다면 왜 점수를 빌리며, 닦음이 점차 닦는 것이라면 어째서 돈오라 합니까? 돈과 점의 두 가지 뜻을 거듭 말씀하여 의심을 풀어 주십시오.”
“범부가 미했을 때는 사대로 몸을 삼고 망상으로 마음을 삼아, 자성이 참 법신인 줄 모르고, 마음 밖에서 부처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가 문득 선지식의 가르침을 만나, 한 생각에 마음의 빛을 돌이켜 자기 본성을 보게 된다. 이 성품의 바탕에는 본래부터 번뇌가 없는 지혜 성품이 저절로 갖추어져 있어 모든 부처님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것을 돈오라 한다. 그러나, 비록 본성이 부처와 다름없음을 깨달았으나, 끝없이 익혀 온 습기를 갑자기 없애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깨달음을 의지해 닦아 점점 훈습하여 공이 이루어지고 성인의 모태 기르기를 오래 하면 성을 이루게 되므로 점수라 한다. 이를테면, 어린애가 처음 태어났을 때에 모든 기관이 갖추어 있음은 어른과 다름이 없지만, 그 힘이 충실치 못하기 때문에 얼마 동안의 세월을 지낸 뒤에야 비로소 어른 구실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러면 무슨 방편을 써야 한 생각에 문득 자성을 깨닫겠습니까?”
“다만 네 자심이다. 이 밖에 무슨 방편을 쓰겠는가. 만일 방편을 써 앎을 구한다면,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 눈을 보지 못하고 눈이 없다면서 다시 보고자 하는 것과 같다. 이미 자기 눈인데 어떻게 다시 보겠는가. 없어지지 않은 줄 알면 곧 눈을 보는 것이다. 다시 또 보고자 하는 마음도 없는데, 어떻게 보지 못한다는 생각이 있겠는가. 자기의 영지도 이와 같아서 이미 자기 마음인데 무엇하러 또 앎을 구할 것인가. 만약 앎을 구하고자 한다면 문득 알지 못할 것이다. 다만 알지 못한 줄 알면 이것이 곧 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