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9장 영원한 생명
- 신통력으로 만든 성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래는 방편으로 중생의 성품에 깊이 들어가 그들이 소승법을 좋아하고 오욕락에 탐착함을 알고 열반법을 설한다. 그들이 그것을 들으면 그대로 믿고 행한다. 비유하면 오백 유순이나 되는 멀고 험난하고 인적마저 끊어진 길이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나 진귀한 보물이 있는 곳으로 가고자 하였다.
이때 한 길잡이가 있었는데 그는 총명하고 지혜가 많아 이 험한 길의 지리를 잘 알고 있어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그 길을 지나려고 하였다. 그런데 따라오던 사람들이 피로에 지친 끝에 그만 되돌아갈 마음이 생겨 길잡이에게 ‘우리들은 너무 피로하고 무서워 더 나아갈 수 없소. 앞길은 아직도 멀었으니 그만 되돌아가야겠소. ’ 하고 말했다. 길잡이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참으로 딱하다. 어째서 눈앞의 진귀한 보물을 버리고 되돌아가려고 할까? ’
그는 방편으로 삼백 유순쯤 지난 곳에 신통력으로 한 도성을 만들어 여러 사람에게 보이며 말하였다. ‘무서워 말고 되돌아가려고도 생각지 마시오. 저 앞에 큰 도성을 보시오. 거기에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 마음대로 즐길 수 있고 편히 쉴 수도 있소. 그리고 거기만 가면 보물이 있는 곳도 멀지 않소. ’ 지쳐 있던 사람들은 새 기운을 얻어 다들 기뻐하였다. 이제는 험한 길을 벗어나 즐겁고 편안함을 얻게 됐다고 생각했다. 이리하여 사람들은 신통력으로 만든 도성에 다달아 편안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때 길잡이는 그들이 잘 쉬어 피로가 가신 것을 보고 그 도성을 없애고 여러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조금만 더 힘을 내시오. 보물이 있는 곳이 여기서 멀지 않소. 아까 있던 도성은 내가 신통력으로 만든 것이오. ’ 비구들, 여래도 그와 같다. 지금 너희들의 길잡이가 되어 생사와 번뇌의 험난하고 아득한 길을 벗어나게 한다. 만약 중생들이 대승법만을 들으면 여래를 만나보려거나 가까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여래의 길이 너무 아득하여 오랫동안 수행을 쌓아야만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래는 중생의 마음이 약한 줄 알아 방편을 써서 도중에서 쉬게 하려고 이승의 열반을 말한 것이다. 중생이 이승의 경지에 머무르면 그때 여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너희들은 아직 할 일을 다하지 못했다. 지금 너희가 머물러 있는 자리는 여래의 지혜에 가까우니 잘 살피고 생각해 보라. ’ 너희가 얻은 열반은 진실한 것이 아니다. 다만 여래가 방편으로써 일불승을 분별하여 삼승을 말한 것이다. 마치 저 질잡이가 휴식을 위해 신통력으로 만든 도성의 경우와 같다. 그러므로 잘 쉰 줄 알면 ‘보물이 있는 곳은 여기서 멀지 않다. 이 성은 내가 신통력으로 만든 것이다’ 라고 다시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