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8장 원만한 깨달음
-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세계가 청정하다
보안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자비하신 부처님, 여기 모인 여러 보살과 미래 중생들을 위해 보살이 수행할 차례를 말씀해 주십시오.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머무를 것이며, 중생들이 깨치지 못하면 어떠한 방편을 써야 모두 깨치겠습니까? 만일 중생들이 바른 방편과 바른 생각이 없으면 부처님이 말씀한신 삼매를 듣고 마음이 아득하여 깨칠 수 없을 것입니다.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들과 미래 중생들을 위해 그 방편을 말씀해 주십시오.”
이때 부처님께서 보안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 그럼 자세히 들으시오. 그대들을 위해 말해 주리다. 새로 배우는 보살과 미래 중생이 여래의 청정한 원각심을 구하려면, 생각을 바르게 하여 모든 헛된 것을 멀리 떠나야 할 것이오. 먼저 여래의 사마타행에 의지하여 계율을 굳게 가지고 대중과 함께 편안하게 지내며 고요한 곳에 앉아 항상 이런 생각을 하시오.
‘지금 내 이 육신은 네 가지 요소로 화합된 것이다. 털.손톱.이빨.살갗.근육.뼈.골수들은 다 흙으로 돌아갈 것이고, 침.콧물.피.눈물.대소변은 물로 돌아갈 것이며, 더운 기운은 불로 돌아가고, 움직이는 것은 바람으로 돌아갈 것이다. 네 가지 요소가 뿔뿔이 흩어져 버리면 이 허망한 육신은 어느 곳에 있을 것인가.’
이 몸은 원래 자체가 없는 것인데, 화합하여 형상을 이루었으니 사실은 헛것이며, 네 가지 인연이 거짓으로 모여 육근이 있게 된 것이오. 육근과 사대가 안팎으로 합하여 이루어졌는데 반연하는 기운이 허망하게 그 안에 모이고 쌓여 반연하는 것이 있는 듯한 것을 이름하여 마음이라 한 것이오. 이 허망한 마음도 육진이 없다면 있을 수 없고 사대가 흩어지면 육진도 없을 것이오. 이 가운데 인연과 티끌이 흩어져 없어지면 마침내 반연하는 마음도 볼 수 없을 것이오. 중생의 환인 육신이 멸하므로 환인 마음도 멸하고, 환인 마음이 멸하므로 환인 세계도 멸하고, 환이 세계가 멸하므로 환의 멸도 또한 멸하고, 환의 멸이 멸해도 환이 아닌 것은 멸하지 않소. 이르테면 거울에 때가 없어지면 맑은 빛이 나타나는 것과 같소. 몸과 마음이 다 환의 때(환구) 이니, 때가 아주 없어지면 시방세계가 청정함을 알 것이오.
마치 맑은 구슬에 오색이 비치면 그 빛에 따라 각기 달리 나타나는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 구슬에 실제로 오색이 있는 줄로 착각하는 것이오. 원각인 청정한 성품이 몸과 생각으로 나타나는 것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청정한 원각에 실제로 이런 몸과 생각이 있는 줄 알고 있소. 보살과 미래 중생들이 모든 환을 깨달아 영상이 멸해 버렸기 때문에, 이때는 문득 끝없는 청정을 얻는 것이니, 끝없는 허공도 원각의 나타남이오, 그 깨달음이 원만하고 밝으므로 마음이 청정해지고, 마음이 청정하므로 보이는 세계가 청정하고, 보이는 것이 청정하므로 눈이 청정하고, 눈이 청정하므로 보는 인식이 청정합니다.
그리고 인식이 들리는 세계가 청정하고, 들리는 것이 청정하므로 귀가 청정하고, 귀가 청정하므로 듣는 인식이 청정하고, 인식이 청정하므로 느낌의 세계가 청정하고, 코와 혀와 몸과 생각도 또한 그와 같소. 눈이 청정하므로 빛이 청정하고, 빛이 청정하므로 소리가 청정하며, 향기와 맛과 감촉과 생각의 대상도 그와 같소. 이와 같이 한 마음이 청정하면 온 법계가 다 청정합니다. 모든 실상의 성품이 청정하기 때문에 한 몸이 청정하고, 한 몸이 청정하므로 여러 몸이 청정하며, 여러 몸이 청정하므로 시방세계 중생의 원각도 청정합니다. 한 세계가 청정하므로 여러 세계가 청정하고, 여러 세계가 청정하므로 마침내는 허공과 삼세를 두루 싸 모든 것이 평등하고 청정해서 움직이지 않소.
깨달음을 성취한 보살은 법에 얽매이지도 않고 법에서 벗어나기를 구하지도 않으며, 나고 죽는 것을 싫어하지도 않고 열반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소. 계행가지는 것을 공경하지도 않고 파계를 미워하지도 않으며, 오래 수행한 이를 소중히 여기지도 않고 처음 발심한 이를 업신여기지도 않소. 왜냐하면 온갖 것이 모두 원각이기 때문이오. 이를테면 눈빛이 앞을 비추되 그 빛은 원만하여 사랑도 미움도 없는 것과 같으니, 그것은 빛 자체는 둘이 아니어서 사랑과 미움이 없기 때문이오. 보살과 미래 중생이 이 마음을 닦아 성취하면, 여기에는 닦을 것도 없고 성취할 것도 없을 것이오. 원각은 널리 비치고 적멸해서 차별이 없소.
이 가운데서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불국토가 마치 헛꽃이 어지럽게 일어나고 스러지는 것 같아서 합하지도 떠나지도 않으며, 얽매임도 풀림도 없을 것이오. 중생이 본래 부처이고, 생사와 열반이 지난밤 꿈과 같아 생사와 열반이 일어나는 것도 없어지는 것도 없으며,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소. 모든 보살들이 이와 같이 닦을 것이며, 이러한 차례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며, 이와 같이 머물러 가질 것이며, 이러한 방편으로 이렇게 깨닫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법을 구하면 아득하거나 어리석지 않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