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1장 피안에 이르는 길
- 얻은 것이 없어야 한다
부처님께서 다시 수부티에게 물으셨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바른 깨달음을 얻었겠는냐, 설한 법이 있겠느냐?”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는 바른 깨달음이라고 할 만한 정해진 법이 없으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법도 없습니다. 그 까닭은 부처님께서 깨닫고 말씀하신 법이란 모두 붙잡을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법도 아니고 법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성인들은 생멸이 없는 법(무위법) 으로써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수부티, 어떤 사람이 이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그가 지은 공덕이 얼마나 많겠느냐?”
“한량없이 많을 것입니다. 그 까닭을 말씀드리면 이 공덕은 공덕의 본질이 아니므로 부처님께서 공덕이 많다고 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이 법문 중에서 한마디라도 이해하고 다른 사람에게 말해 준다면 그 공덕은 저 칠보로 보시한 공덕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다. 왜냐 하면 모든 여래와 바른 깨달음이 모두 거기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수부티, 여래의 가르침이란 곧 여래의 가르침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부티,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라한이 생각하기를 자기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고 하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존경받을 사람이 ‘나는 존경받을 사람이 되었다’ 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실은 존경받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존경받을 사람이라고 말해지고 있을 뿐입니다. 만약 아라한이 생각하기를, 자기가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 한다면, 그는 ‘나’ 라는 집착에 사로잡힌 것이고 남이라든가 중생이라든가 목숨이라는 집착에 얽힌 것입니다.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저를 가리켜 ‘갈등 없는 경지에 이른 제일인자’ 라고 칭찬하셨습니다. 그 경지에 이른 사람은 욕심 없는 첫째 아라한이지만, 저는 스스로를 욕심이 없는 아라한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만약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고 생각했다면, 부처님께서 저를 가리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