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편 대승경전
제1편 피안에 이르는 길
- 집착없는 보시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천이백오십 명의 많은 비구들과 함께 사밧티(舍衛城)의 기원정사(祈願精舍)에 계셨다. 이른 아침 걸식을 마치고 발을 씻은 뒤 좌선을 하고 있는데, 많은 대중이 부처님 곁에 모여들었다.
그때 장로 비구인 수부티도 자리를 같이했었다. 그는 부처님께 합장하고 다음과 같이 여쭈었다.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보살들을 잘 보살펴 주시고 그들에게 부촉하십니다. 구도의 길에 나선 선남자 선여인은 어떻게 행동하며, 그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 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다, 수부티. 잘 들어라. 보살이 깨달으려는 마음을 낸 다음에는 이와 같이 그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중생들, 즉 알에서 난 것(卵生), 태에서 난 것(胎生), 습기에서 난 것(濕生), 저절로 난 것(化生), 형체 있는 것, 형체 없는 것, 생각 있는 것, 생각 없는 것, 생각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 것, 이와 같은 온갖 중생들을 모두 열반에 들도록 제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렇듯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했다 할지라도 사실은 한 중생도 제도를 얻은 이가 없는 것이 된다. 왜냐 하면, 보살에게 나라든가 남이라든가 중생이라든가 목숨이라는 생각이 있으면 그는 벌써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살은 또 무엇에 집착하여 보시해서는 안 된다. 즉 형상에 집착함이 없이 보시해야 하며, 소리나 냄새나 맛이나 감촉이나 생각의 대상에 집착함이 없이 보시해야 한다. 보살은 이와 같이 보시하되 아무런 생각의 자취도 없이 해야 한다. 왜냐 하면, 보살이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이 보시하면 그 공덕은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부티,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쪽 허공의 크기를 헤아릴 수 있겠는냐?”
“헤아릴 수 없습니다.”
“남쪽과 서쪽과 북쪽과 위 아래에 있는 허공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헤아릴 수 없습니다.”
“수부티, 그와 같다. 보살이 어디에 집착하지 않고 보시한 공덕도 그와 같아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보살은 마땅히 위에 말한 바와 같이 행동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