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제11장 20. 업(業)의 증명(證明)

제2편 초기경전

제11장 동서의 대화

  1. 업의 증명

밀린다왕은 나가세나에게 물었다.

“스님, 스님들은 ‘지옥의 불은 보통 불보다 훨씬 더 뜨겁다. 보통 불 속에 던져진 조약돌은 하루에 녹지 않지만 큰 집채만한 바위도 지옥불 속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녹아 버린다’ 고 말합니다. 나는 이 말을 믿지 않습니다. 또 스님들은 ‘지옥에 태어난 생명체는 수십만 년 동안 지옥불 속에서 타더라도 녹아 없어지는 일이 없다’ 고 합니다. 나는 이 말도 믿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금님, 암상어와 암악어와 암거북은 단단한 돌멩이나 자갈이나 모래를 먹습니까?”

“그렇습니다.”

“돌멩이나 자갈이나 모래는 뱃속에 들어가면 녹아 버립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뱃속에 든 그들의 태아도 녹아 버립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어찌하여 자갈도 돌멩이도 녹는데 태아는 녹지 않습니까?”

“업 때문에 녹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지옥에 태어나는 생명체는 수천 년 동안 지옥 불 속에 있어도 업 때문에 녹지 않습니다. 지옥에 있는 생명체는 거기서 태어나 거기서 성장하고 거기서 죽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악업이 소멸될 때까지는 죽지 않는다’ 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잘 알았습니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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