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8장 효행
3 대인 관계 2
사밧티의 부호 급고독 장자는 권력과 재산이 많은 집안의 딸 옥야를 며느리로 맞았다. 그 여자는 뛰어나게 미인이었다. 그러나 친정의 지체와 자기의 미모를 믿고 교만하여 시부모와 남편을 제대로 섬기려 하지 않았다. 아내로서의 부덕과 예절이 없는 것을 보고 걱정하던 장자는 부처님을 청해 며느리를 교화시키기로 하였다. 초대를 받고 장자의 집을 찾아간 부처님은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여자는 무엇보다 단정해야 하오. 단정하다는 것은 얼굴이나 몸매나 의복 등 겉모양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릇된 태도를 버리고 마음을 한결같이 공손하게 가지는 일이오.”
옥야가 속으로 자기 허물을 뉘우치며 묵묵히 있는 것을 보고 부처님은 말을 이으셨다.
“세상에는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소. 어머니 같은 아내, 누이 같은 아내, 친구 같은 아내, 며느리 같은 아내, 종 같은 아내, 원수 같은 아내, 도둑 같은 아내 등이오. 첫째, 어머니와 같은 아내란 남편을 아끼고 생각하기를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듯 하는 것이오. 밤낮으로 모시고 그 곁을 떠나지 않고 때에 맞추어 먹을 것을 차리며, 남편 이밖에 나갈 때에는 남들에게 흉잡히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 것이오. 둘째, 누이 같은 아내란 남편을 받들어 섬기기를 한 부모에게서 혈육을 나눈 형제와 같이 하는 아내요. 그러므로 거기에는 두 가지 정이 있을 수 없으며, 누이가 오라비를 받들어 섬기듯 하는 것이오. 셋째, 친구와 같은 아내란 남편을 모시고 사랑하는 생각이 지극해서 서로 의지하고 사모하여 떠나지 않소. 어떤 비밀한 일도 서로 알리며 잘못을 보면 충고를 하여 실수가 없게 하고, 좋은 일에는 칭찬하여 지혜가 더욱 밝아지도록 하오. 서로 사랑하여 이 세상에서 편안히 지내게 하기를 어진 벗과 같이 하는 아내요. 넷째, 며느리와 같은 아내란 공경과 정성을 다해 어른을 받들고 겸손과 순종으로 남편을 섬기며,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며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소. 좋은 일이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돌리고 궂은 일에는 자기가 나서서 책임을 지오. 남에게 베풀기를 가르치고 착하게 살기를 서로 권하며, 마음이 단정하고 뜻이 한결같아 조금도 그릇됨이 없소. 아내의 예절을 밝게 익혀 손색이 없으니 나아가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고 물러나도 예의를 잃지 않으며, 오로지 화목으로써 귀함을 삼으니 이것이 며느리 같은 아내인 것이오. 다섯째, 종과 같은 아내란 항상 어려워하고 조심하여 교만하지 않고 일에 부지런하여 피하거나 꺼리는 것이 없으며, 공손하고 정성스러워 충성과 효도를 끝까지 지키오. 말은 부드럽고 성질은 온화하며 입으로는 거칠거나 간사한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는 방종한 행동을 하지 않소. 정숙하고 선량하고 슬기로우며, 항상 스스로 엄하게 단속하여 예의로 몸가짐을 삼소. 남편이 사랑해도 교만을 부리지 않고, 설사 박대를 할지라도 원망함이 없이 묵묵히 받아들여 딴 생각을 품지 않소. 남편이 즐기는 것을 권하고 말이나 얼굴빛에 질투가 없으며, 오해를 받더라도 그것을 밝히려고 다투지 않소. 아내의 예절을 힘써 닦아 옷과 음식을 가리지 않고 다만 공경하고 정성을 기울일 뿐, 남편을 공경하고 받들기를 마치 종이 상전을 섬기듯 하는 것이니 이것이 종과 같은 아내요. 여섯째, 원수와 같은 아내란 언제나 성내는 마음을 지니고 남편을 보아도 반기지 않고 밤낮으로 헤어지기를 생각하며, 부부라는 생각이 없이 나그네처럼 여기며 걸핏하면 싸우려고 으르렁거리면서 조금도 어려워하는 마음이 없소, 집안 살림살이나 아이들이 어떻게 되건 전혀 보살피지 않으며, 바람을 피우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모르오. 그 모습이 짐승과 같아 친척을 욕되게 하니 이것이 원수 같은 아내요. 일곱째, 도둑과 같은 아내란 밤낮으로 자지 않고 성난 마음으로 대하며, 무슨 수를 써서 떠날까 궁리하고 독약을 먹이자니 남이 알까 두려워서 못하고, 친정이나 이웃에 가서 그들과 짜서 재산을 빼내려 하며, 정부를 두고는 틈을 보아 남편을 죽이려 하오. 남편의 목숨을 억울하게 빼앗으려는 것이니 이것이 도둑과 같은 아내요. 세상에는 이와 같은 일곱 종류의 아내가 있소. 그 가운데 먼저 든 다섯 종류의 아내는 항상 그 이름을 널리 떨치고 여러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하며 일가 친척들이 함께 칭송하게 되오. 그리고 악독한 두 종류의 아내는 항상 비난을 받고 몸과 마음이 편치 못해 늘 앓게 되며, 눈을 감으면 악몽으로 두려워 떨고 자주 횡액을 당하며 죽은 뒤에는 삼악도에 떨어져 헤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오.”
부처님의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옥야는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 앞에서 자기 허물을 뉘우쳤다.
“제 마음이 어리석고 미련하여 아내로서 몽매한 짓을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지나간 잘못을 고쳐 교만을 부리지 않고 종과 같은 아내가 되어 시부모와 남편을 받들어 섬기겠습니다.”
부처님은 옥야에게 말씀하셨다.
“사람 중에 어느 누가 허물이 없겠소. 고쳐서 새 사람이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오.”
옥야는 이날부터 어진 아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