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7장 어리석음의 비유
- 재산은 놓아두고 문만 지키다.
어떤 사람이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려 했다. 그는 하인에게 문단속 잘하고 나귀와 밧줄을 잘 살필 것을 당부한 다음 집을 나섰다.
주인이 떠난 후 이웃집에서 한 친구가 광대놀이를 구경가자고 그를 부르러 왔다. 그는 밧줄로 나귀를 묶어 문에 매어 두고는 친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 후 곧 그 집에 도둑이 들어와 값진 물건들을 모두 훔쳐 달아났다.
주인이 돌아와 하인에게 물었다.
“집안의 값진 물건들을 모두 어떻게 했느냐?”
“주인께서는 제게 문과 나귀와 밧줄만을 부탁했을 뿐입니다. 그밖에 다른 것은 제 알 바가 아닙니다.”하고 태연하게 주인을 쳐다보았다.
주인은 어리석은 하인을 꾸짖고 나서 말했다.
“너에게 문단속을 잘하라고 한 것은 바로 값진 물건들 때문이었다. 이제 그것들을 모두 잃어 문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되었으니, 너도 이 집에서 쓸모가 없게 됐구나.”
태어나면 반드시 죽게 마련인 인간이 애욕에 노예가 되는 것도 이와 같다. 부처님은 항상 ‘감관의 문을 잘 단속하여 대상에 집착하지 말고 무명의 나귀와 애욕의 밧줄을 잘 지키라’ 고 훈계하였다. 그런데 어떤 비구들은 부처님의 교훈을 받들지 않고 이익만을 구하고 거짓 청빈을 꾸미어 고요한 곳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산란하여 오욕락에 빠져 있다. 즉 형체와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감에 현혹되고 마음은 무명에 덮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른 생각과 깨달음의 재물을 모두 잃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