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4장 성인의 길
- 천한 사람
불을 섬기는 한 바라문의 집에 성화가 켜지고 제물이 올려져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사밧티 거리에서 탁발하면서 그의 집 앞을 지나가셨다.
바라문은 부처님을 보자 소리쳤다.
“비렁뱅이 까까중아, 거기 섰거라. 천한 놈아, 거기 섰거라.”
부처님께서는 걸음을 멈추고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바라문, 당신은 도대체 어떤 것이 천한 사람인지를 알기나 하시오? 그리고 천한 사람을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어디 당신이 한번 말해 보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화를 잘 내고 원한을 품으며, 간사하고 악독해서 남의 미덕을 덮어 버리고 그릇된 소견으로 모함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생물을 해치고 동정심이 없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시골과 도시를 파괴하여 독재자로서 널리 알려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마을에 살거나 숲에서 살거나 주지도 않는데 남의 것을 가지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빚이 있어 돌려달라고 독촉을 받으면 언제 빚을 졌느냐고 잡아떼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얼마 안되는 물건을 탐내어 행인을 살해하고 그 물건을 약탈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증인으로 불려 나갔을 때 자신이나 남을 위해, 또는 재물 때문에 거짓으로 증언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폭력을 써서 혹은 서로 눈이 맞아 친척이나 친구의 아내와 놀아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가지고 있는 재물이 풍족하면서도 늙고 쇠약한 부모를 섬기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부모나 형제 자매 혹은 계모를 때리거나 욕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상대가 이익되는 일을 물었을 때 불리하게 가르쳐 주거나 숨기는 일을 알리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나쁜 일을 하면서 자기가 저지른 일을 숨기는 사람, 그런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남의 집에 갔을 때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으면서 그 쪽에서 손님으로 왔을 때는 예의로써 대하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바라문이나 사문 혹은 걸식하는 사람을 거짓말로 속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식사 때가 되었는데도 바라문이나 사문에게 욕하며 먹을 것을 주지 않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세속적인 어리석음에 덮여 변변치 않은 물건을 탐하고 사실 아닌 것을 말하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자기를 칭찬하고 남을 경멸하며 스스로의 교만 때문에 비굴해진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남을 괴롭히고 욕심이 많으며 나쁜 야심을 지녀 인색하고, 덕도 없으면서 존경받으려 하며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깨달은 사람을 비방하고 출가나 재가의 제자들을 헐뜯는 사람, 그를 천한 사람으로 아시오. 사실은 존경받지 못할 사람이 존경받을 사람이라 자부한다면 그는 이 세상의 도적이오. 그런 사람이야말로 가장 천한 사람이오. 내가 당신에게 말한 이와 같은 사람들은 참으로 천한 사람이오.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태어나면서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오로지 그 행동에 따라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내가 다음에 실례를 들겠으니 내 말을 알아 들으시오. 찬다라족 출신의 백정으로 널리 알려진 사람이 있었소. 그는 얻기 어려운 최상의 명예를 얻었소. 많은 왕족과 바라문들이 그를 섬기려고 모여들었소. 그는 신들의 길, 더러운 티끌을 떨어버린 큰 도에 들어 탐욕을 버리고 범천의 세계에 가게 되었소. 미천한 태생의 그가 범천의 세계에 태어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었소. 베다 독송자의 집에 태어나 베다의 글귀에 친숙한 바라문들도 때로는 나쁜 행위에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소. 이와 같이 되면, 현세에서 비난을 받고 내세에는 나쁜 곳에 태어날 것이오. 신분이 높은 태생도 그들이 나쁜 곳에서 태어나는 것을, 그리고 비난 받는 것을 막을 수는 없소. 날 때부터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오. 날 때부터 바라문이 되는 것도 아니오. 오로지 그 행동에 의해 천한 사람도 되고 바라문도 되는 것이오.”
이와 같이 말씀하셨을 때 불을 섬기는 바라문이 부처님께 말했다.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참으로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마치 넘어진 사람을 일으켜 주듯이, 덮인 것을 벗겨 주듯이, 길잃은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이, 혹은 눈 있는 자 빛을 보리라 하고 어둔 밤에 등불을 비춰 주듯이, 고타마께서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법을 밝혀 주셨습니다. 저는 고타마께 귀의합니다. 그리고 가르침과 수행승의 모임에 귀의합니다. 고타마께서는 오늘부터 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저를 세속의 시자로 받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