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가난한 사람이 있었다. 항상 곤궁해서 남의 빚만 잔뜩 짊어진 채 갚지를 못했다.
그는 고향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쳤다. 도중에 그는 겉이 거울로 덮여 있는 한
보물상자를 발견했다. 그는 기뻐하여 상자를 열려 했다.
그때 거울 속에서 웬 사람이 자기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는 놀라서 얼른 합장을 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상자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습니다. 당신이 이 속에 있을 줄은 정말 모르고
그랬으니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범부들도 그와 같다.
한없이 번뇌의 시달림을 받고 생사의 마왕에게 핍박을 당하다가 그것을 피해 바른 가르침 안에
들어온다. 그들은 좋은 법을 닦아 행하고 여러 가지 공덕을 쌓으려 한다.
그러나 보물상자의 거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고 남으로 착각하는 바보처럼 ‘나’가 있다고
쓸데없는 생각을 낸다.
‘나’에 집착하여 그것을 실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타락의 길에 빠지는 것이다.
그것은 어리석은 자가 거울속에 비친 자신에게 보물상자를 버리듯, 나라는 관념에 집착하기
때문에 온갖 공덕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