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3장 지혜와 자비의 말씀 3
- 복짓는 사람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서 많은 대중을 위해 법을 설하고 계실 때엿다. 그 자리에는 아니룻다도 있었는데 그는 설법 도중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부처님은 설법이 끝난 뒤 아니룻다를 따로 불러 말씀하셨다.
“아니룻다여, 너는 어째서 집을 나와 도를 배우느냐?”
“생로병사와 근심 걱정 괴로움이 싫어 그것을 버리려고 집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너는 설법을 하고 있는 자리에서 졸고 있으니 어떻게 된 일이냐?”
아니룻다는 곧 자기 허물을 뉘우치고 꿇어않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제부터는 이 몸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다시는 부처님 앞에서 졸지 않겠습니다.”
이때부터 아니룻다는 밤에도 자지 않고 뜬 눈으로 계속 정진하다가 마침내 눈병이 나고 말았다. 부처님은 그에게 타이르셨다.
“아니룻다여, 너무 애쓰면 조바심과 어울리고 너무 게으르면 번뇌와 어울리게 된다. 너는 그 중간을 취하도록 하여라.”
그러나 아니룻다는 전에 부처님 앞에서 다시는 졸지 않겠다고 맹세한 일을 상기하면서 타이름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룻다의 눈병이 날로 심해진 것을 보시고 부처님은 의사 자바카에게 아니룻다를 치료해 주도록 당부하셨다. 아니룻다의 증세를 살펴본 자바카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아니룻다님이 잠을 좀 자면서 눈을 쉰다면 치료할 수 있겠습니다만, 통 눈을 붙이려고 하지 않으니 큰 일입니다.”
부처님은 다시 아니룻다를 불러 말씀하셨다.
“아니룻다여, 잠을 좀 자거라. 중생의 육신은 먹지 않으면 죽는 법이다. 눈은 잠으로 먹이를 삼고, 귀는 소리로 먹이를 삼으며, 코는 냄새로, 혀는 맛으로, 몸은 감촉으로, 생각은 현상으로 먹이를 삼는다. 그리고 여래는 열반으로 먹이를 삼는다.”
아니룻다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러면 열반은 무엇으로 먹이를 삼습니까?”
“열반은 게으르지 않는 것으로 먹이를 삼는다.”
“부처님께서는 눈은 잠으로 먹이를 삼는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차마 잘 수 없습니다.”
아니룻다의 눈은 마침내 앞을 볼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러나 애써 정진한 끝에 마음의 눈이 열리게 되었다. 육안을 잃어버린 아니룻다의 일상 생활은 말할 수 없이 불편하였다. 어느 날 해진 옷을 깁기 위해 바늘귀를 꿰려 하였으나 꿸 수가 없었다. 그는 혼자말로 ‘세상에서 복을 지으려는 사람은 나를 위해 바늘귀를 좀 꿰어 주었으면 좋겠네.’라고 하였다.
이때 누군가 그의 손에서 바늘과 실을 받아 해진 옷을 기워 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부처님인 것을 알고 아니룻다는 깜짝 놀랐다.
“아니, 부처님께서는 그 위에 또 무슨 복을 지을 일이 있으십니까?”
“아니룻다여, 이 세상에서 복을 지으려는 사람 중에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여섯 가지 법에 만족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여섯 가지 법이란, 보시와 교훈과 인욕과 설법과 중생 제도와 더 없는 바른 도를 구함이다.”
아니룻다는 말했다.
“여래의 몸은 진실한 법의 몸이신데 다시 더 무슨 법을 구하려 하십니까? 여래께서는 이미 생사의 바다를 건너셨는데 더 지어야 할 복이 어디 있습니까?”
“그렇다, 아니룻다. 네 말과 같다. 중생들이 악의 근본인 몸과 말과 생각의 행을 참으로 안다면 결코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생들은 그것을 모르기 때문에 나쁜 길에 떨어진다. 나는 그들을 위해 복을 지어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힘 중에서도 복의 힘은 가장 으뜸이니, 그 복의 힘으로 불도를 성취한다. 그러므로 아니룻다, 너도 이 여섯 가지 법을 얻도록 하여라. 비구들은 너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