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편 초기경전
제1장 지혜와 자비의 말씀 1
- 신통을 금하다
부처님께서 나란다성 바바리암라 동산에 계실 때였다. 하루는 견고라고 하는 남신도 한 사람이 부처님을 찾아왔다.
“부처님, 이토록 번화하고 잘 살고 있는 나란다 사람들이 부처님을 공경하고 믿고 있습니다.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어떤 비구로 하여금 신통 변화를 나타내 보이게 해 주십시오. 그러면 이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이 더욱 부처님의 법을 믿고 공경할 것입니다.”
“나는 비구들에게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신통 변화를 나타내 보이라고 가르친 일이 없소. 다만 한적한 곳에 앉아 도를 생각하고, 공덕이 있거든 안으로 감추어 두고 허물이 있으면 몸소 드러내 놓으라고 가르칠 뿐이오.”
그러나 견고는 거듭거듭 부처님께 간청했다. 부처님은 그의 청을 거절하시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 가지 신통이 있는데, 그것은 내가 몸소 체득한 것이니 말해 보겠소. 신족통과 타심통과 교계통이 그것이오. 신족통이란, 한 몸으로 여러 몸을 나타내기도 하고 여러 몸을 합쳐 한 몸을 만들기도 하며 또는 나타내고 숨기기도 하오. 산과 장벽을 지나되 허공과 같이 걸리지 않고, 땅 속에 출몰하되 물 속에서처럼 자유로우며, 물 위로 다니되 땅 위와 같고 허공에 앉되 날개 있는 새와 같소. 큰 신통력과 위력으로 해와 달을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범천에 이르기도 하오. 어떤 신도가 비구의 이러한 신통을 보고 아직 믿음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이것을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저 비구는 간다리라는 주문을 외어 그러한 신통을 얻은 것이다’라고 할 것이오. 이것은 오히려 불법을 비방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소? 그러므로 나는 신통 변화 같은 것을 부질없게 여기어 비구들에게 금하도록 한 것이오. 그리고 타심통이란, 남의 마음을 관찰하여 ‘너의 뜻은 그렇고 네 마음은 이렇다’고 말하는 것이오. 이것을 보고 믿음을 얻은 이가 아직 믿음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이야기한다면, 그 사람은 ‘저 비구는 마니가라는 주문을 외어 그런 신통을 얻은 것이다’라고 할 것이오. 이것은 오히려 불법을 비방하는 결과가 되지 않겠소? 그러므로 나는 이런 허물을 보고 신통 변화 같은 것을 부질없게 여기어 비구들에게 금하도록 한 것이오. 교계통이란,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여 사문이나 바라문들에게 ‘그대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는 생각하지 마라. 이런 일은 하고 저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내버리고 저것을 취해라.’ 이와 같이 가르쳐 훈계하는 것이오. 그들은 모두 어둠을 떠나 밝음을 찾고 죄악을 버리고 공덕을 성취하게 되는 것이오. 이렇게 출가하여 정진 수행하므로 계행이 갖추어지고 선정이 갖추어지며 지혜가 갖추어져 아라한의 지위를 얻게 되는 것이오. 이 세 가지 신통은 여래가 스스로 체득하여 가르치는 것이오.”
견고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면서 받들어 행했다.